[기자의 눈] '샤넬'의 추락.. 럭셔리의 상징이 흔들리고 있다

팬데믹 이후 급변한 소비 심리, '명품 불패' 공식이 깨지다

중국과 한국 그리고 미국 시장의 둔화, 샤넬의 실적에 직격탄

지속가능성과 가치소비 시대, 젊은 소비자들의 이탈 가속화

샤넬, 단지 명품 브랜드가 아닌 20세기 패션의 전설로 불리는 이름이다. 코코 샤넬이 남긴 유산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성의 삶과 스타일을 바꾸며 ‘럭셔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최근 이 브랜드를 비롯한 명문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위기라는 단어와 함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매장에서 줄을 서며 가방을 사던 풍경은 사라졌고, 중고 시장에선 재고가 넘쳐난다.

 

팬데믹 이후 경제는 빠르게 회복되지 못했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의 변화는 ‘명품 불패’의 공식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샤넬은 단기간 내 가격을 잇따라 인상하면서 소비자들과의 거리감을 키우며 위기를 자초했다. 시장조사업체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샤넬을 포함한 주요 럭셔리 브랜드의 실적은 예년 대비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때 꿈의 아이템이었던 샤넬 가방은 이제 ‘투자 가치가 없는 브랜드’로 전락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왜 샤넬을 외면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고급 패션 산업 전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진 출처: 흔들이는 샤넬의 이미지, 챗gpt 생성]

팬데믹 이후 변화된 소비 심리와 명품 시장의 동향

코로나19 팬데믹은 전 세계 소비 행태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사건이었다. 외출이 줄고, 오프라인 쇼핑이 위축되자 명품 시장도 타격을 입었지만, 초기에는 '보복 소비'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매출이 급등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2021년과 2022년, 억눌린 소비 욕구가 폭발하면서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고가 브랜드들의 제품은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2023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태도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특히 물가 상승과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되자, 소비자들은 ‘가성비’와 ‘실용성’을 중시하게 되었고, 명품 브랜드 제품은 더 이상 꼭 사야 할 필수품이 아니게 되었다.

 

샤넬은 이런 흐름 속에서도 가격을 연달아 인상하며 '희소성 유지'라는 전략을 고수했지만, 오히려 이 결정이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2020년 이후 10번 이상 가격이 오르며 일부 가방 모델의 경우 50% 이상 인상된 사례도 나타났다. 한때 ‘사는 즉시 가격이 오른다’는 신화는 이제 ‘중고로 팔아도 손해 보는 명품’이라는 현실로 바뀌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샤넬의 가격 전략은 자산가를 제외한 대중적 소비자층의 이탈을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이후 명품 소비는 더 이상 ‘지위 과시’보다 ‘합리성’으로 바뀌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고급스러우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의미 있는 소비를 원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샤넬은 여전히 고전적 브랜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으며,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 둔화와 주요 시장(중국, 미국, 한국)에서의 충격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에게 중국과 미국은 단연 핵심 시장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럭셔리 소비국이며, 미국은 전통적으로 가장 큰 구매력을 지닌 시장이다. 그러나 최근 이 두 시장 모두에서 소비 위축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샤넬은 실적 저하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은 2022년 말 코로나 봉쇄 해제 이후 소비 반등이 기대되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청년 실업률 증가, 부동산 시장 침체, 전반적인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히기 시작했다. 럭셔리 소비의 핵심이었던 상류층조차 지출을 줄이고 있으며, 해외여행 재개와 함께 국내 매장보다는 가격이 저렴한 해외 면세점이나 병행 수입 시장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샤넬은 중국 내 플래그십 스토어의 매출 하락과 동시에 브랜드 충성도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미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었다. 2024년 중반 이후, 북미 럭셔리 리테일 매장의 평균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샤넬 역시 북미 지역에서 매출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며 실적 부진을 인정했다. 특히 MZ세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샤넬에 열광하지 않으며, ‘보여주기식 소비’보다는 가치 중심의 소비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때 ‘샤테크’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샤넬 제품은 ‘사는 즉시 수익이 나는 투자 자산’처럼 여겨졌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중고 시장에 샤넬 제품이 넘쳐나고 있고,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인해 실사용자보다는 재판매 목적 구매자가 몰렸던 구조가 붕괴되면서 수요층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최근 리셀 플랫폼 번개장터와 중고나라 등에 따르면 샤넬 클래식 플랩백은 평균 시세가 지난해 대비 10~15% 하락했으며, 거래 속도 역시 눈에 띄게 느려졌다. 국내 소비자들은 ‘가격만 오르고 감성은 사라진 브랜드’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결국 샤넬은 아시아, 북미, 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닌 글로벌 트렌드의 전환 신호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샤넬은 여전히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업계 안팎에서는 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MZ세대의 소비 가치 변화와 명품 외면 현상

샤넬을 비롯한 전통 명품 브랜드의 위기에는 단순한 경기 침체 이상의 구조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소비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가치관 변화가 있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단순한 브랜드 이름이나 가격으로 제품을 판단하지 않으며, 소비의 철학과 윤리, 지속가능성, 그리고 ‘나만의 정체성’을 더 중시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MZ세대는 샤넬의 제품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데에 반감을 드러낸다. 단순히 고가라서가 아니라, 가격 상승의 논리나 이유가 소비자에게 명확히 납득되지 않기 때문이다. 샤넬이 ‘희소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품질과 디자인의 혁신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샤넬은 더 이상 꿈의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감성이 고집스럽게 남아 있는 브랜드”라고 평가했다.

 

또한, MZ세대는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몇 년간 명품 업계에서는 ‘에코 패션’, ‘윤리적 소비’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샤넬은 이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루이비통, 구찌 등이 재활용 소재나 친환경 생산 시스템에 투자하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쓰는 것과 비교해, 샤넬은 여전히 전통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디지털 소통 능력에서도 샤넬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SNS, 메타버스, 디지털 아바타 등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에서 소비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 샤넬은 여전히 브랜드의 권위와 전통을 강조하며 일방적인 이미지 전달에 머무르고 있다. 이런 전략은 오히려 젊은 소비자들에게 ‘나와는 관계없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결국 샤넬은 MZ세대라는 미래 소비층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브랜드 생존력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럭셔리 브랜드의 상징에서 시대에 뒤처진 브랜드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과감한 혁신으로 반등의 기회를 잡을 것인가. 지금이 바로 그 갈림길이다.

 

샤넬을 비롯한 명품 브랜드가 나아갈 길은?

한때는 '소유 자체가 곧 지위'를 상징하던 샤넬이 지금은 ‘과거의 유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팬데믹 이후 변화한 글로벌 소비 환경, 경제 불확실성, MZ세대의 가치소비 전환은 모두 샤넬에게 치명적인 도전이 되었다. 과거의 브랜드 파워만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지배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샤넬이 다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변화에 대한 용기’가 필요하다. 단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고, 희소성을 강조하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요구하고 있으며, 브랜드가 사회적 가치와 환경 문제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샤넬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속가능한 패션과 친환경 제조 과정에 대한 투자 확대. 둘째, MZ세대와의 소통을 위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강화. 셋째, 단발적인 가격 전략이 아닌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강화 중심의 경영. 마지막으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개방성과 투명성 확보다.

 

명품은 단지 비싼 물건이 아니라, 소비자와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의 총합이다. 샤넬이 그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기보다, 오늘날 소비자들이 어떤 브랜드를 원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코코 샤넬이 혁신으로 여성을 해방시켰듯, 지금 이 브랜드도 다시 한 번 진화의 순간을 맞이해야 할 때다.

 

 

 

 

 

작성 2025.06.01 10:51 수정 2025.06.01 11:04

RSS피드 기사제공처 : 라이프타임뉴스 / 등록기자: 서하나 정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해당기사의 문의는 기사제공처에게 문의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2025년 6월 7일
2025년 6월 6일
2025년 6월 6일
[ESN쇼츠뉴스] 내가 처음 만난 우주 #내가처음만난우주 #아시테지국제여..
[ESN쇼츠뉴스] 현대무용의 불꽃 지핀다 #MODAFE2025 #Inte..
[ESN쇼츠뉴스] 배우 김규리, 이재명 대통령 당선 환영하며 “모든 것 ..
The couple rescued the bullied duckling ..
2025년 6월 5일
2025년 6월 5일
2025년 6월 5일
2025년 6월 5일
[ESN쇼츠뉴스]언론 / 인물 / 평판 박흥식 박사, 로이정대표에게 K..
2025년 6월 5일
2025년 6월 5일
2025년 6월 4일
[ESN쇼츠뉴스] 2025 국제청소위생산업전, 최신 기술과 트렌드로 미래..
[ESN쇼츠뉴스]유재춘 이사장, 대한장애인복지신문 부총재로 위촉…장애인 ..
[ESN쇼츠뉴스] 제3회 경춘선 공릉숲길 커피축제, 세계 커피 여행을 노..
[ESN쇼츠뉴스] 원주용수골꽃양귀비축제, 붉은 꽃의 향연으로 방문객 유혹..
[ESN쇼츠뉴스] 2025년 제2차 유해화학물질 안전관리 정책 및 기술·..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