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리는 까치를 길조로 여겨왔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나 희소식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까치는 농작물을 해치고 전봇대에까지 집을 지어 사람들의 품을 팔게 하는 골치 아픈 새로 전락 됐다. 정부는 몇 년 전부터 까치를 ‘유해조수(有害鳥獸)’로 지정하기까지 이르렀다.
원래 까치는 아주 높은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자기들만의 영역 안에서 무리 지어 생활한다. 또한 무리 안에 서열과 위계질서가 뚜렷하여 우두머리 까치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새로 학계에 알려졌다.
다른 새들이 영역을 침범하면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협공을 통해 적을 물리친다. 위기가 닥칠 때 모두 나서 위기를 극복하는 까치들의 협동 정신은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도시락 산업이 발달하면서 일회용품인 나무 도시락과 젓가락을 다량으로 생산하던 때가 있었다. 이때 원료로 쓰이는 미루나무와 버드나무 등 목질이 부드러운 나무들을 사정없이 베어내 까치들이 둥지를 틀 만한 터전을 없애 버렸다.
이와 더불어 화학비료와 농약의 과다 사용으로 토양이 척박해지면서 까치의 먹이가 되는 벌레와 지렁이 등의 개체 수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까치 먹이가 많던 시절에도 조상들은 미물인 까치의 먹이를 배려해 줬다. 가을에 감을 수확하면서 꼭대기에 매달려있는 부분은 남겨둬 까치가 먹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까치밥’이다.
집터를 잃어버린 까치는 그들의 삶을 위하여 전신주 등에 둥지를 틀게 되었고 배를 채우기 위해 농작물로 방향을 바꾸게 된 것 같다. 결국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까치가 유해조수로 변해 흉포(凶暴) 해진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까치를 탓하기 전에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려는 인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물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을 때 자연은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준다. 그들이 영악한 무리에게 버림받고 그들만의 생존을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우리 인간에게 날카로운 부리를 세우게 되었는지 모른다.
총을 쏘아대고 품삯을 들여 전신주의 둥지를 털어 내도 그들은 쉽사리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올해도 과수원을 가진 농부들은 어김없이 까치와의 전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과 까치의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의 의도대로 순종하고 목숨을 부지하기엔 자연 여건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먹이가 풍부하고 둥지를 틀 곳이 많아지지 않는 이상 까치들은 더 극성스럽게 부리를 들이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을 탓하기보다 생각이 앞서고 사려 깊은 우리 인간들이 까치를 배려해 줘야 할 때다. 그래야만 흉폭 해진 까치를 예전처럼 평화스럽고 친숙한 길조로 되돌려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만들어 주고 인간의 욕심을 자연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아닌 모든 것, 미물에 불과한 것이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 길만이 우리는 물론 자자손손까지 탈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비결이다. 친환경적인 개발, 그리고 생태계(生態系)를 보전하는 노력 없이는 우리의 미래도 보장받지 못한다.
지금도 까치들은 우리 인간에게 호소하는지 모른다. “너희들만 배불리 먹고 등 따뜻하게 살지 말고 조금이라도 좋으니 자기들 몫을 나누어 달라고….”
瓦也 정유순
전 전주지방환경청장
전 환경부 한강환경감시대장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한국공공정책신문 칼럼니스트
저서 <정유순의 세상걷기>,
<강 따라 물 따라>(신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