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수십 년 전만 해도 ‘성공한 기업’이라 하면, 높은 매출과 빠른 성장, 대규모 고용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가치’를 중심으로 경영하는 기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얼마나 버느냐’ 보다 ‘무엇을 위해 일하느냐’ 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 기업이 사회에 어떤 철학과 태도를 가지고 임하는지를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고전에서 말하는 단사표음(簞食瓢飮)의 정신이 현대에 되살아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서울 성동구에 자리한 트리플래닛(Triple Planet)은 직원 수가 20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기업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전 세계 15개국 이상에 ‘나무를 심는 프로젝트’를 수출하고 있습니다.
트리플래닛은 ‘기업이 수익을 내면서도 환경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철학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유럽의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와 연계해 숲을 조성하고,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도록 중개 역할을 하죠.
대규모 광고 없이, 조용히 진정성 있는 행보를 이어온 트리플래닛은 ‘작지만 가치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향하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소박하지만 의미 있는 일을, 지속 가능하게 하자.”

정신적 풍요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의 진화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에는 독특한 커피 브랜드가 있습니다. 파차마마 커피(Pachamama Coffee)는 세계 각지의 커피 농부들이 공동으로 소유한 협동조합 형태의 기업입니다.
여기엔 CEO도, 대주주도 없습니다. 그 대신 에티오피아, 페루, 니카라과 등의 커피 농부들이 직접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수익도 공동 분배합니다. 이들은 유기농 재배와 공정무역 원칙을 지키며, 생산자가 단지 노동자가 아니라 ‘사업의 주체’가 되는 구조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고급 브랜드 이미지 없이도, 진심 어린 스토리와 생산자 중심의 경영 철학으로 충성 고객층을 만들었습니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소박한 철학이 만든 지속 가능한 성공
경남 창녕의 작은 마을. 여기엔 우포누리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의 소규모 기업이 있습니다. 이들은 지역 농산물로 만든 천연 샴푸, 된장, 고추장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고 판매합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제품을 만들고, 포장하고, 온라인으로 주문도 받습니다. 처음엔 생소한 사업이었지만,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을 지역에서 소비한다’는 소박한 철학이 지역 주민들을 하나로 묶었습니다.
우포누리는 유통 마진을 최소화하고, 수익의 대부분을 마을로 환원합니다. 제품 하나에 담긴 ‘이야기’와 ‘공동체의 힘’이 브랜드가 된 셈입니다. 기업의 크기나 자본이 아닌, 지속 가능한 가치가 진짜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걸 몸소 증명한 사례입니다.
단사표음(簞食瓢飮)은 단순히 ‘검소한 삶’을 말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자기 삶에 대한 태도, 무엇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의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많이 파는 기업보다 오래 사랑받는 기업, 수익보다 철학을 먼저 세우는 기업이 진짜 강한 기업입니다. 이제는 우리도 물어야 할 때입니다.
“당신이 응원하고 싶은 기업은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