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최근 고위공직자를 국민이 직접 추천하는 '국민추천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 가능한 장·차관 등 주요 공직자를 국민이 추천하고, 이 후보군을 대통령실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다. 집단지성을 활용해 인재를 널리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국민주권 강화와 인사 신뢰도 제고라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제도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인재 등용의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책이 필요하다.
이벤트성에 그칠 위험
국민추천제의 가장 큰 약점은 이벤트성에 머물기 쉽다는 점이다. 추천 절차가 일회성 캠페인처럼 운영될 경우, 실제로 추천된 인물이 주요 직위에 임명되는지,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는지 국민이 체감하기 어렵다. 단순히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이벤트'에 그친다면, 제도의 신뢰성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추천 과정은 요란하게 홍보하면서도, 정작 최종 임명 단계에서는 기존의 인맥 중심 인사나 측근 등용이 반복될 가능성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국민추천제는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정치적 편향과 팬덤 추천의 우려
특정 정치 세력이나 팬덤 집단의 집단행동이 추천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우려 사항이다. 조직화된 집단이 특정 인물을 밀어주기 위해 대량 추천을 하거나, SNS를 통한 여론몰이가 추천 결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추천제가 정치적 코드 인사나 진영 인사 챙기기의 또 다른 통로로 변질된다면, 오히려 대통령 인사의 신뢰성만 훼손될 뿐이다. '국민을 가장한 코드 인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추천과 검증의 과정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한다.
또한 유명인이나 인플루언서 등 대중적 인지도만으로 추천받는 경우도 경계해야 한다. 공직 수행 능력과 대중적 인기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투명성과 검증 시스템의 강화
진정한 국민추천제가 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추천부터 임명까지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추천된 인사가 어떤 직위에 임명되었는지, 그 과정과 결과를 국민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추천만 받고 그 이후 과정이 블랙박스화되면, 국민추천제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둘째, 추천 인사에 대한 다각적이고 깊이 있는 검증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도덕성과 전문성, 그리고 공익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서류 검토나 면접에 그치지 않고,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동료 평가, 과거 업무 실적에 대한 정량적 분석, 공직 수행에 필요한 역량 검증 등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셋째, 추천 자격과 절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누구나 추천할 수 있다는 열린 원칙은 좋지만,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나 추천 사유에 대한 구체적 설명을 요구하는 등의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무분별한 추천이나 장난성 추천을 걸러낼 수 있다.
넷째, 미국의 '플럼북'처럼 정무직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과 체계성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무직 임명에 대한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이나 공개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추천제의 성과를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하는 환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추천을 통해 임명된 공직자들의 업무 성과를 추적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야 한다.
맺음말
국민추천제는 국민의 집단지성과 참여를 통해 숨은 인재를 발굴하고, 인사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제도이다. 하지만 이벤트성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 중립성과 투명성을 갖춘 진정한 국민참여 인사제도로 자리매김하려면, 제도적 보완과 철저한 검증 시스템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국민추천제가 성공하려면 이를 운영하는 정부의 진정성이 핵심이다. 형식적 절차로 활용하거나 기존 인사 관행의 면피용으로 전락시킨다면, 오히려 국민의 정치 불신만 키울 뿐이다. 국민추천제가 '진짜 인재'를 찾는 실질적 통로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동명 / 법학박사
∙ 한국공공정책학회 상임이사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