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하나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은 이제 현실의 경고처럼 들린다. 육아는 더 이상 부모 개인의 의지나 희생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육아 교육비의 급증은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 물리적·정신적 부담을 동시에 안기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육아와 교육을 ‘가정의 몫’으로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부모의 책임을 넘어선 교육비의 현실은 단순한 가계 문제를 넘어, 국가가 응답해야 할 정책의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육아는 정말 부모만의 책임일까?
육아 교육비란 단순히 학습지 비용이나 유치원 등록금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 범주는 출생 직후부터 시작되는 돌봄 서비스, 발달 검사, 놀이 프로그램, 사교육, 교재·교구 구매, 각종 체험 활동 등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 더욱이 부모가 직접 돌봄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동의 가치는 간과되기 일쑤다. 실제로 통계청과 민간 보고서에 따르면, 만 0세부터 초등 입학 전까지 아이 한 명당 평균 교육 관련 지출은 약 5,000만 원에 육박하며, 상위 계층은 1억 원을 훌쩍 넘긴다. 이런 격차는 소득 수준에 따른 기회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며, 육아가 곧 ‘경제력의 반영’이라는 씁쓸한 현실을 드러낸다. 결국 육아 교육비는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최근 수년 간, 육아 교육비의 부담은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가 추진한 보육료 지원이나 유치원 무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제 부모가 체감하는 지출은 줄지 않았다. 공적 서비스의 품질과 수요 간 간극은 여전히 크며, 결국 많은 가정이 사설 기관에 의존하는 구조에 갇혀 있다. 민간 유아 교육 프로그램의 가격은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인상되고 있으며, 특화 프로그램이나 언어·예체능 중심 활동은 대부분 자비 부담이다.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 거주 가정의 경우, 같은 연령대의 교육비가 지방보다 1.5~2배 이상 높게 책정되는 현실도 존재한다. 이는 육아가 ‘지역과 계층’에 따라 다르게 경험되는 사회적 비용 구조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첫째는 소득 정체와 교육비 상승의 괴리다. 실질 가처분 소득은 수년째 정체 상태인 반면, 교육비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둘째, 부모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경쟁형 육아 문화’도 문제다. ‘남들 다 시키는 것’을 안 하면 불안하다는 심리 때문에 불필요한 사교육을 감수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공공 인프라의 부족도 부담을 키운다.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부모들은 ‘돈을 내고라도’ 민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스웨덴, 핀란드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영유아 교육을 ‘사회적 공공재’로 정의한다. 부모 소득과 무관하게 국가가 아이의 성장 환경을 평등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철학 아래, 무상 보육과 조기 교육을 법제화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출산과 동시에 매달 육아 수당과 교육 바우처가 제공된다. 일본은 최근 출산율 회복을 위해 만 0~2세 무상보육 확대와 함께 ‘아이 한 명당 매달 3만 엔’의 돌봄 지원금을 지급 중이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아이의 교육 기회가 갈리는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지만, 그 결과는 사회 전체가 겪게 되는 역설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육아 교육비를 공공이 분담하게 될 경우,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다양하다. 무엇보다 출산율 회복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금처럼 ‘아이 하나 키우기 힘든 나라’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출산을 선택하는 가정이 줄 수밖에 없다. 둘째, 계층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아동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이 세대 간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차단할 수 있다. 셋째, 부모의 육아 스트레스를 경감하고, 경제활동 복귀를 지원함으로써 생산성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육아 교육비는 이제 단순히 가정의 사적인 지출 항목이 아니라, 국가 정책의 중심축이 되어야 할 시대가 왔다. 출산율 저하, 인구 구조 불균형, 학력·계층 격차 확대 등 한국 사회가 직면한 복합 문제의 중심에는 결국 ‘누가, 어떻게 육아를 책임지는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육아는 결코 부모 혼자 감당할 문제가 아니다. 아이 한 명이 제대로 자라기 위해선 사회 전체가 함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육아 교육비의 미래는 결국,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선택하는가의 문제다. 이제는 육아를 개인의 희생이 아닌, 국가의 책무로 바라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