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 땅
간조하고 건건한 광야길 지나
마침내 닿은
여긴,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
우리 함께 당도할 황홀한 본향
가나안 땅은 이스라엘 민족이 애굽에서 노예생활을 하다 40여년을 광야에서 헤매다 닿은 곳이다. 바로 직선으로 갔다면 그보다 오래 걸리지 않고 닿았을 땅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닿을 목적지들도 빠르고 쉽게 가는 길이 없을 것이다. 느리면 느린 대로 그 이유가 있고 닿고 보면 그때가 가장 알맞은 시기임을 알게 된다. 비가 그치자 개미들이 능소화에 당도했다. 그들에겐 능소화의 꽃가루와 달콤한 꿀이 소중한 양식이며 가나안 땅이다. 이스라엘 민족이 그때 다다랐던 가나안도 지금은 분쟁과 전쟁이 그치지 않는 곳이 되고 말았다. 인류에게 진정한 가나안은 지구의 어디쯤에 있을까?
임창연(시인, 문학평론가)
■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서 문자와 함께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미지+문자(5행 이내)가 결합되어 한 편의 디카시가 완성되는 것이다. 디카시는 중·고등 국어 교과서 수록까지 이어져, 시의 한 장르로 충분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창연출판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