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한식디렉터 한식대가 장윤정 칼럼
썩는 것과 익는 것 사이
“치즈는 썩은 우유다?” 이 도발적인 질문은 치즈의 본질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낸다. 발효라는 이름 아래 치즈는 수천 년 간 인류와 함께해온 식품이다. 그러나 이 ‘썩음’과 ‘익음’ 사이의 경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우리는 치즈라는 발효 식품의 가치를 쉽게 오해할 수 있다. 사실 발효란 단순한 부패가 아니라, 미생물이 유기물을 변환 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생물학적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단백질은 더 쉽게 흡수되는 아미노산으로, 유당은 소화하기 쉬운 젖 산으로 변한다.
치즈는 보통 소, 염소, 양의 젖에 스타터 유산균을 넣고 응유 효소로 젤리처럼 굳힌 뒤, 이 응유를 짜내고 일정한 시간 동안 숙성 시켜 완성된다. 숙성 과정에서 특정 균이 단백질을 분해하면서 고유한 향과 맛을 만들어낸다. 브리 치즈, 블루 치즈, 체다 치즈처럼 전혀 다른 맛과 질감을 가진 치즈들이 모두 이 발효 시스템 안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은, 미생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보여준다. 음식이 썩지 않고 익는다는 것은, 그 안에서 균형 잡힌 미생물 생태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다. 치즈는 바로 그 정교한 생물학적 조화를 집약한 결과물이다.
유산균은 왜 장 속에서 살아남기 어려운가?
유산균이 들어간 요구르트나 치즈 제품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장 건강에 좋습니다”라 는 문구는 이제 일종의 건강식 인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엔 하나의 맹점이 있다. 유산균은 정말 우리 장까지 살아서 도달할 수 있을까?
현실은 생각보다 혹독하다. 위장의 강산 환경은 대부분의 유산균에게 치명적이다. 실제로 생 유산균 제품이라도 그 중 대부분은 위장에서 사멸 되고, 극소수만이 장까지 도달해 작용한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위 산에 강한 균 주를 사용하거나, 캡슐에 유산균을 코팅하는 장용성 코팅 기술이 도입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살아서 도달하지 못해도 일부 유산균의 사체가 장내 유익균을 자극하고, 면역 반응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일종의 '프리바이오틱' 효과다. 즉, 유산균은 살아 있든 죽었든 일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믿는 유산균의 ‘기적’은 단순히 장 도달 여부보다, 우리 몸속 미생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 가 핵심이다.
발효 식품의 과학, 우리 몸과의 상호작용
발효 식품의 인기는 단순히 맛이나 저장 성 때문이 아니다. 한국의 김치, 일본의 된장, 유럽의 치즈, 인도의 라씨 등은 모두 지역적 특색과 문화, 환경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생물학적 산물이다. 발효는 미생물과 인간이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낸 협업의 결과다.
특히 장 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 바이옴 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밝혀지면서, 발효 식품은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장 내 미생물은 면역 반응, 정신 건강, 심지어 비만까지 영향을 준다. 치즈 속 유산균과 펩타이드 는 이러한 장 내 미생물의 다양성을 높이고, 장 점막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균형이다. 고염, 고지방 발효 식품은 그 자체로 해가 되지 않지만,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염분과 포화지방을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발효 식품의 과학은 결국 균형 잡힌 식생활 위에서만 건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즈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건강식인가, 고 지방 위험 식품 인가 치즈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는 “기름지고 살찌는 음식”이라는 인식이다. 물론 체다 치즈 100g에는 약 33g의 지방이 들어있고, 그중 포화 지방 비율도 높다. 하지만 모든 지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치즈에 포함된 지방은 CLA (공액리놀레산) 처럼 체 지방 분해를 돕는 물질도 있고, 포만감을 높여 식사량 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칼슘, 단백질, 비타민 B12 등 치즈는 사실상 고밀도 영양 식품 이다. 특히 발효 과정을 거친 치즈는 유당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에게도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문제는 양과 종류다. 피자에 녹인 모차렐라 치즈처럼 트랜스 지방이 포함된 가공 치즈, 혹은 나트륨 함량이 높은 숙성 치즈를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은 당연히 건강에 해롭다.
요컨대, 치즈는 나쁜 음식도, 완전 식품도 아니다. 그것은 어떻게, 얼마나, 무엇과 함께 먹느냐 에 따라 명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먹는 치즈가 어떤 미생물로 발효됐고, 어떤 영양을 함유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발효라는 세계, 그 안의 치즈와 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발효 식품을 소비한다. 커피, 초콜릿, 간장, 김치, 와인, 그리고 치즈. 이들은 단지 전통의 유산이 아니라, 인류와 미생물이 함께 만들어온 생물학적 협업의 결과다. 치즈를 단지 고소한 맛으로만 대하지 말자. 그것은 우리 몸속 미생물 생태계와 교감하는 과학이며, 문화이며, 선택이다.
카망베르 치즈 오븐구이 (Baked Camembert)
재료
카망베르 치즈 1개 (작은 원형)
로즈마리 약간
마늘 슬라이스
올리브오일
바게트 또는 크래커
만드는 법: 카망베르 치즈 윗면을 칼로 가볍게 십자 모양으로 자른다.
틈 사이에 마늘 슬라이스와 로즈마리를 끼운다.
올리브오일을 살짝 두르고, 180도 오븐에 15분간 굽는다.
치즈가 안에서 녹으면 바게트나 크래커에 찍어 먹는다.
와인과 함께하면 완벽한 안주가 된다.
트러플 오일과 치즈를 곁들인 리조또
재료: 아보리오 쌀 1컵
버터, 양파 다진 것 1/4개
화이트와인 1/3컵
치킨스톡 3컵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 (또는 파르메산)
트러플 오일 약간
만드는 법: 팬에 버터를 녹이고 양파를 투명하게 볶는다.
쌀을 넣어 살짝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붓고 알코올을 날린다.
치킨스톡을 조금씩 부어가며 쌀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저어준다.
불을 끄고 강판에 간 치즈와 트러플 오일을 넣어 섞는다.
진하고 부드러운 풍미가 고급 지다.
부라타 치즈와 토마토 카르파초
재료: 부라타 치즈 1덩이
신선한 토마토 슬라이스
바질잎
발사믹 글레이즈
올리브 오일
소금, 후추
만드는 법: 접시에 얇게 썬 토마토를 원형으로 배열한다.
가운데에 부라타 치즈를 통째로 올린다.
바질 잎과 올리브 오일을 곁들이고, 발사믹 글레이즈 로 마무리.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부드러운 치즈와 상큼한 토마토, 향긋한 바질이 어우러진 완벽한 전채 요리.
오늘 당신이 먹는 치즈 한 조각은, 어쩌면 내일 당신의 장 내 환경을 바꾸고 면역 체계를 활성화 시킬지도 모른다. 단지 음식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처럼 대할 때 우리는 발효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