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은 문화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 어떤 분야보다 변화에 민감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으로 사진 매체의 획기적 변화가 이미 생활화되었지만 상대적으로 아날로그의 회기 현상으로 손글씨를 선호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전자출판 소프트웨어의 변화와 인쇄 환경의 변화 등 혼재된 다양한 환경 변화에 따라 무한한 탈바꿈을 하고 있다. 또한 지금은 종이책과 전자책의 춘추 전국 시대라고 할 만큼 혼란의 시기로 심지어는 종이책의 종말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ebook의 등장은 휴대와 보관이라는 압도적인 정보량과 편의성을 기반으로 기능이 대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에 출판 디자이너의 출판 환경 적응력은 더욱 중요시되고 있는 시점이다. 새로운 디지털 매체의 등장이 아날로그 감성과 인간적인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대체한다기보다는 그 둘은 상호보완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공존의 방식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정보 교류 시대의 출판 디자이너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디자이너 중에는 자신이 그림을 그릴 줄 알거나 사진을 찍을 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경우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아서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적절한 사진작가와 그림 작가를 찾는 일도 중요하다. 그리고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지만, 필자와의 교류도 필요로 한다.
특별히 오락적 기능을 가진 책이나 화보가 아닌 경우, 단행본에 들어가는 사진이나 기타 시각적 자료는 상당 부분 필자로부터 얻기 때문에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필자와의 협의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부분의 경우 편집자와의 사이에서 의도와 자료에 대한 설명을 얻게 되지만, 필자는 보다 중요한 점을 체크하게 되므로 디자인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디자이너가 적극적으로 필자나 아티스트들을 만나려는 노력은 자신의 디자인을 향상시키고 출판물의 객관적 설득력을 얻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인하기 전에 자신이 디자인할 책의 원본을 주의 깊게 읽는 것이 좋다. 디자인이 책의 겉치레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상 면밀한 이해와 자기 해석을 필요로 하며 그것을 통해서 개념과 디자인의 윤곽을 정확하고 쉽게 찾을 수 있다. 또 초보 시절에는 자신의 생각대로 만들어 보려는 욕심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용에 맞게 디자인을 고치도록 요구받고 일종의 좌절감 같은 것을 맛볼 수도 있다.
디자이너에게는 자기만의 고집도 중요하지만 출판사의 편집자와 함께 일하고 함께 문제점을 해결한다는 기본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만일 서점에서 주로 팔리는 책이라면 그것은 매력적인 표지가 필요할 것이다. 강렬한 인상의 그림을 넣어야 한다. 선물용 책이라면 실제보다는 조금 더 값나가는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한다. 우편 주문으로 팔리는 책이라면 우선 가벼운 종이로 제작하는 것부터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송료를 절감할 수 있다. 주로 도서관을 상대로 한 책이라면 튼튼한 제본을 해야 한다. 이러한 출판의 상식적인 조건을 수용하는 데서 시작해서 자신의 독창성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현명한 디자인 방법이 될 것이다.
자료제공 : 투데이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