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울증 환자들이 사람과의 만남을 기피하는 이유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닌, 뇌의 특정 신경회로 과잉 활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건국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정지혜 교수와 KU신경과학연구소 박호용 교수 공동 연구팀은 우울증 상태에서 사회성을 저하시키는 뇌 회로를 과학적으로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신경과학 분야 상위 9% 학술지인 ‘Progress in Neurobiology’에 게재되며 주목을 받았다.
연구는 실험용 쥐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전전두엽(mPFC)에서 측유상핵(LHb)으로 이어지는 회로가 사회적 행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입증했다. 전전두엽은 감정 조절과 사회적 판단을 담당하며, 측유상핵은 스트레스 반응의 중심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는 이 회로가 과도하게 활성화되었고, 타 쥐를 피하는 행동을 보였다.
반면, 옵토제네틱스 기법으로 해당 회로의 활성화를 억제하자, 쥐는 다시 정상적인 사회적 행동을 회복했다. 흥미롭게도 이 신경 경로는 도파민 시스템과도 연결돼 있어, 사회적 보상을 느끼는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연구팀은 측유상핵 전체가 아닌 도파민 중추와 연결된 특정 세포들이 전전두엽의 지배를 받으며 활성화된다는 점도 전기생리학적으로 확인했다.
정지혜 교수는 “우울증에서 흔히 나타나는 사회적 위축이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는 점을 신경생물학적으로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박호용 교수 역시 “신체적 스트레스가 사회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첫 사례로 학문적 의의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세종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외로움, 고립 등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한 치료 전략 마련에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울증 환자의 사회성 결여는 감정 문제가 아닌, 뇌의 특정 회로 과잉 활성화로 인한 결과임이 밝혀졌다. 이로써 향후 신경기반 치료 접근법이 활발히 논의될 가능성이 열렸으며, 사회성 회복을 위한 새로운 치료 기술 개발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우울증을 ‘느낌의 병’에서 ‘신경회로의 질환’으로 재정의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앞으로 관련 연구의 확장과 임상 적용 여부가 정신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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