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비엔날레에서 만나는 역사 이야기 - 인간의 조건

4.3 을 이야기하는 강요배 화백 그림을 시작으로

 

너븐숭이 기념관 작품 사진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사진

 

 

 제주 살 때 구석구석 많이 다녔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바다나 오름도 가고, 좋아하는 미술관 박물관도 가고, 시골길도 다녔다. 제주 여행을 다니면 피할 수 없는 게 4.3 관련 장소이다. 제주 전역에 걸쳐 4. 3 관련 장소가 없는 곳이 없다. 

 

제주 4·3사건은 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1947년 3·1절 기념 제주도대회에서 경찰이 발포하여 민간인 6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단이 되었다. 이후 남로당이 주도한 총파업, 경찰·서북청년단의 검속·탄압, 남로당의 무장봉기, 계엄령선포 및 중산간 지역 초토화, 6·25전쟁으로 인한 예비검속 및 즉결처분 등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다수 희생되었다. 사건은 1954년에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되면서 막을 내렸다. -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다크투어라는 이름으로 4. 3 관련 장소를 가는 여행 상품도 있다. Dark Tour 꼭 영어를 써야 할까. 우리말로 뭐라 하면 좋을까. 이러한 우리 역사를 말할 때 어둡다는 말보다 아프다는 말을 많이 쓴다. ‘전쟁의 상흔’과 같이 상처받고 아프다는 말을 더 많이 쓴다. 그런데 영어를 가져와 ‘Dark’를 써야 할까?

 

 아픈 역사로 나는 부르고 싶다. 왜냐하면 많은 민간인,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 희생된 한민족의 아픈 역사이기 때문이다. 

 많은 기릴 장소가 있지만 조천읍 북촌리에 너븐숭이 기념관이 있다. 이 기념관이 특별한 것은 앞에 애기무덤이 있기 때문이다. 학살 후 어른들의 시신은 누군가 거두어서 다른 곳으로 이장되었으나 애기무덤은 이장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너븐숭이 기념관이 있다. 

 

 너븐숭이라는 지명은 넓은 돌밭인데, 이름 그대로 농사짓는 사람들이 사는 시골이었다. 제주도인들은 돌밭에 돌을 골라내 밭을 만들었다. 밭에서 골라낸 돌은 돌담을 쌓는데 썼다. 그렇게 쌓은 돌담은 소중한 작물이 바람을 맞는 것을 막아 준다. 

 이 너븐숭이 기념관에 갔을 때 한 작품에서 그냥 왈칵 했다. 젖먹이의 순진함과 강렬한 색은 인상 깊었다. 이 그림을 그린 분은 강요백 화백이다. 

 

 강요배 화백은 이 그림뿐 아니라 제주 4. 3 과 관련해서 많은 작품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4. 3을 상징하는 동백꽃 그림일 것이다. 보리출판사에서 낸 ‘동백꽃 지다’ 라는 제주 4. 3 관련 화집도 있지만 절판이다. 

 강요백 화백이 1992년 3월 '제주민중항쟁사-강요배의 역사그림전’은 한국 사회에 4·3의 실체를 바로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지난번 연재에 나왔던 과야사민 작품 덕에 세계 많은 이들이 원래 남아메리카에 살던 이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과야사민의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전시되었다.

 

 콘템퍼레리(Contemporary)라 불리는 동시대 미술 작품들을 보면서 알게 된 세계 여러 이야기가 많다. 흔히 비엔날레라 불리는 2년마다 열리는 예술제는 동시대 예술가들이 가져온 작품들을 주로 전시한다.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읽었고 모든 예술가를 기억할 수 없다.

 

 하지만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라는 예술가는 선명하게 기억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사람들의 이야기를 판화, 그림 조각, 애니메이션에 담는 작가이다. 어느 정도 역사에 관심 있으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겪었던 인종 차별과 극복해 가는 이야기, 넬슨 만델라 대통령까지 알 것이다. 그런 거시적 역사가 아닌 그 역사를 살아내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윌리엄 켄트리지 작품 안에 있다. 

 뛰어난 예술가들은 공감력이 뛰어난 것 같다. 외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예민하게 느끼고 생각하고 그런 것을 담아 작품을 만든다. 나 같은 일반인은 일상을 산다고 놓치고 있는 것을 예민하게 찾아내서 보여준다. 예술가의 날카로운 시선은 자고 있던 감성을 깨우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게 예술이 가진 힘일 것이다. 

 

 윌리엄 켄트리지, 오스왈드 과야사민, 강요배 작품 어느 것도 보고 나서 마음 편하지 않았다. 너무 슬퍼서 집이라면 펑펑 울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 속의 나는 울지 않는다. 남에게 우는 모습도 보이기 싫고 눈물로 얼룩진 얼굴도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이 던진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는 묵직하게 던져졌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능력, ‘공감’ 때문일 것이다. 

 

 

 

 

 

 

 

 

 

 

 

 

 

 

 

 

 

 

작성 2025.07.05 22:03 수정 2025.07.05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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