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 말 한마디는 숫자로는 단순하지만, 한국 농촌의 현실에서는 그 무게가 곧 생계의 경계선이다. 특히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자국 중심의 보호무역정책 부활은 단순한 외교 이슈를 넘어, 한국 농업의 뿌리까지 흔들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농산물 산업에서 25%의 관세는 ‘이익 축소’가 아닌 ‘손실 확정’을 의미한다.
농업인들에게 관세는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팔 수 있느냐’의 문제다. 미국은 여전히 한국 농산물의 주요 수출국 중 하나이며,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수요도 분명한 시장이다. 그러나 25%의 관세는 한국산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을 사실상 무너뜨린다. 이는 시장 철수나 생산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 농촌의 일자리 감소와 소득 불균형이라는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사과, 배, 버섯, 고추 등의 품목에서 미국 내 유통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을 겪고 있다.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관세’는 단순한 수출입 문제가 아니라 ‘농촌 붕괴’를 가속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한미 무역 갈등의 불똥, 왜 하필 ‘농업’인가
농업은 언제나 국제 무역 갈등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분야였다. 트럼프가 2018년 처음 관세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보복 관세의 주요 타깃은 대두, 옥수수 등 미국 농산물이었고, 이는 곧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의 농산물 대응책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금속, 반도체, 전기차 등을 언급하면서도 협상 카드로 농업 분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왜 농업인가? 그 이유는 명확하다. 농업은 공급망이 넓고, 지역 기반이 뚜렷하며, 정치적 파급력이 큰 분야이기 때문이다.
한국 농업은 2020년 기준 전체 수출에서 약 1.1%에 불과하지만, 국내 소비자물가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정치적 민감성이 높은 영역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트럼프식 ‘협상 정치'에서 농업은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가 된다. 이미 한미 FTA 개정 논의에서 한번 흔들린 경험이 있는 한국 농업은, 이번에도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위치에 놓여 있다.
수출길 막히고 가격 경쟁력 잃은 한국 농산물
문제는 관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지속성’이다.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글로벌 식품 시장은 '내수 우선주의'라는 흐름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 농산물이 미국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는 순간, 대체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수출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특히 큰 피해가 예상되는 품목은 △고추장 △김치 △조미김 △인삼 등 전통 농산물 가공품이다. 이들 제품은 품질은 높지만 가격 민감도가 큰 미국 소비자 시장에서, 한 번의 관세 인상으로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관세 인상은 수출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내수 시장에도 부정적 파급 효과가 생긴다. 수출길이 막힌 제품들이 국내로 쏟아지면 공급 과잉이 발생하고, 이는 곧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농민 입장에서는 수출도 안 되고, 국내에서도 제값을 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관세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아니라, 실제로 농업인의 소득을 깎아내리고 농업 전체의 구조를 흔드는 심각한 리스크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이런 흐름 속에서도, 한국 농업은 반격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첫째, 대미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 새로운 시장 개척이 절실하다. 최근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산 농식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 기회를 기술 기반 유통 전략과 연결해야 한다.
둘째, 농산물 가공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단순한 원물 수출이 아닌, 브랜드화된 식품으로 재가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단순한 김치보다 ‘김치 도시락 키트’가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현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셋째, 탄소 중립과 지속 가능한 농업이라는 글로벌 키워드를 중심으로, ‘그린 푸드’ 전략이 필요하다. 환경 기준이 강화되는 유럽 시장이나 미국 고급 소비 시장을 겨냥해, 친환경·유기농 인증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관세 리스크 펀드’나 농업 전용 보험제도 등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수출업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농민과 농업 기반을 함께 보호하는 장기 전략이어야 한다.
생각을 자극하는 결론: 관세는 무역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관세는 국제 정치의 수단이지만, 한국 농촌에서는 그것이 곧 ‘생존’ 그 자체다. 한 명의 대통령이 누르는 서명 한 번에 수십만 명의 농업인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농업의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수출 전략의 다변화, 품목 재구성, 기술 혁신,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전환까지, 농업이 더 이상 ‘약한 고리’가 아닌 ‘국가 경쟁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개혁이 절실하다.
[칼럼-이택호 기사 제공]
칼럼니스트
수원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사)한국경영문화연구원 원장
좋은세상바라기 전문교수
농업경영교육 전문가
농정원 청창농 전문교수
농림축신식품부 인증컨설턴트
웰다잉교육지도사
안전교육지도사
변화와 혁신 및 리더의 역량강화 전문가
“죽기전에 더 늦기전에 꼭 해야 할 42가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