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서머싯 몸의 단편 '척척박사' 인간의 가벼움을 비판하다

민병식

서머싯 몸(W. Somerset Maugham, 1874~1965)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이다. 여덟 살 때 어머니를 폐결핵으로, 열 살 때 아버지를 암으로 잃고, 숙부의 보호 아래 학창 시절을 보냈고 런던에서 세인트토머스 의학교를 졸업했다. 산부인과 경험을 옮긴 첫 작품 ‘램버스의 라이저’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자신감을 얻고 작가로 전업한다. 

 

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많은 나라를 여행하며 작가 수업을 하고, 1928년 이후 프랑스 남부 카프페라에 정착했다. 자전적 소설 '인간의 굴레에서'와 고갱을 모델로 예술 세계를 파고든 '달과 6펜스', 성공에 눈먼 작가를 풍자적으로 그린 '케이크와 맥주', 한 미국 청년의 구도적 여정을 담은 '면도날' 등의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는 수많은 작품 들이 있다.

 

주인공이며 화자인 '나'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요코하마로 가는 배에 타 있다. 1차 대전이 끝난 직후여서 승객은 많고 선실은 부족한 관계로는 어쩔 수 없이 일면식도 없는 '켈라다'라는 사람과 같은 선실을 사용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이 사람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자는 켈라다에 대한 첫인상부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낸다. 말이 많고, 오지랖이 넓고, 무엇이든 안다고 떠벌리는 캘라다를 그는 속으로 “척척박사(Mr. Know-All)”라 부른다. 

 

그의 피부색과 외모는 백인으로 보이지 않으며, 그를 중동계 영국인이라 추정한다. 켈라다 씨는 친근했지만 나를 생판 모르는 사람들은 내 이름에 '씨' 자를 잊지 않고 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켈라다는 그런 예의를 차리지 않았다. 그는 나와 선실을 같이 쓰고 하루 세 끼마저 같은 테이블에서 먹는 것도 모자라 내가 갑판을 산책할 때도 끼어들었다. 그를 무시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캘라다 씨는 무역업에 종사하는 사람이고, 일본의 진주 산업을 조사하러 가는 길이었고 배에는 미국 영사관 직원으로 1년간 일본 고베에 체류했다가 뉴욕으로 가서 혼자 있던 부인을 데리고 오던 램지 씨 일행도 있었다. 램지 부인은 진주 목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캘라다는 부인의 목걸이에 있는 진주가 값비싼 진품이라고 말하며 가격이 1만 5,000불에서 3만 불은 될 것이라 한다. 

 

그러나 남편인 램지 씨는 18달러에 산 모조품이라며 그를 비웃는다. 램지 씨는 100달러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고 그녀의 목걸이 세밀하게 감정하려 하는데 램지 부인은 목걸이가 잘 풀어지지 않는다며 그냥 자기를 믿어 달라고 말한다.​ 램지 씨가 일어나 목걸이를 풀어 켈라다 씨에게 건네자 켈라다 씨는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목걸이를 면밀히 살펴본 후 다시 건네고 나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램지 부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그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실신할 것처럼 창백했고 심하게 당황한 빛이었다. 이때 캘라다 씨는 자신이 잘못 알았다며 진주는 18달러도 과분한 싸구려 모조품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갑을 꺼내 안에서 10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램지 씨에게 그것을 건넨다. 다음날 ‘나’는 선실에서 켈라다가 누군가에게 받은, 100달러가 든 봉투를 찢는 모습을 본다. 진주는 실제로 부인이 다른 남자에게서 받은 선물이었고, 켈라다는 이를 눈치채고 일부러 틀린 감정을 한 것이었다. 부인은 그의 배려에 감사해 익명으로 돈을 보낸 것이다. ‘나’는 그제야 켈라다의 인격과 인품을 깨닫게 된다.

 

작품에서 램지 부인의 진주 목걸이는 그녀가 남편 몰래 타인에게 받은 '부정한 선물'이라는 암시가 내포되어 있다. 만일 진주 목걸이가 진짜임이 드러난다면 램지 씨 부부는 파경을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켈라다는 그들의 가정을 위해 진주가 가짜라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작품은 주인공이 유색인종이며 말 많고 참견 잘하는 캘라다의 외양만 보고 ‘척척박사’라고 조롱했던 그의 내면이 실제로는 진정한 인간미를 갖고 있음을 깨달았음을 보여주며 겉으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편견과 가벼움을 비판하고 있다. 

 

우리도 누군가를 판단할 때 외관만으로 특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품은 누군가를 접했을 때 겉모습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상대방의 보이는 모습과 본 모습의 차이를 잘 파악하고 속사람을 보자는 교훈을 준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7.16 10:29 수정 2025.07.16 10:36
Copyrights ⓒ 코스미안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금지 한별기자 뉴스보기
댓글 0개 (1/1 페이지)
댓글등록-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글의 게시를 삼가주세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Shorts 동영상 더보기
[자유발언] 정치 교육의 필요성
여름과 여름 사이
국기에 대한 경외
등대같은 아버지
산골
강진만 춤추는 갈대축제
2023년 2월 9일
2023년 2월 9일
2023년 2월 9일
2023년 2월 9일
낙서와 추억은 쌍둥이
김유정역의 고요
아기고양이
기찻길 옆 오솔길
중앙분리대 자동개폐기 #shorts
Servant-Like Freedom- David Jang
여름아 고양이를 부탁해
#양선지해장국 대한민국 대표 음식
해를 품은 구름
쉼이 있는 벤취
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