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 벌려 웃을 줄 모른다면
그 사람은 바보 천치라네!
- 백거이, <술잔을 앞에 놓고> 부분
지난 10여 년간 2, 30대 대상의 강의를 하며 수없이 많은 좌절을 겪었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짊어지고 갈 젊은 세대.
그들은 너무나 무거워 보였다. 각자 진 짐이 자신들의 몸무게보다 훨씬 무거워 보였다. 그들이 쓴 글을 보면, 주로 주제가 ‘불안’이었다.
카프카의 악몽 같았다. 좀비 영화를 보면, 인간과 좀비를 가르는 기준이 나온다. 감정이다. 인간은 아무리 감정을 숨기려 해도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딱딱한 지식 위주의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답이 똑 덜어지는 논술 문제를 각자의 생각대로 쓰게 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기대도 크고 기대대로 잘하는 점이 참으로 많다. 하지만 교육은?
서울대 10개를 만들면 해결될까? 서울대 10개 만드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지만,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어차피 좋은 일자리는 상위 10%로 정해졌기에, 어떤 좋은 교육 정책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 버린 아이들을 ‘입 벌려 웃는 아이’로 만들 수 있을까? 복지다. 우리 사회가 복지 사회를 향해가면, 교육이 바뀐다. 젊은이들에게 한 달에 100만 원씩 준다고 하면, 아이들도 취직에 목매지 않을 것이다.
소위 ‘진보 정부’가 몇 번 들어섰다. 그런데 왜 복지가 주요 정책이 되지 않을까?
나는 이것이 불가사의(不可思議)하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