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의 영화에 취하다] 퍼펙트 월드

최민

완벽한 인생은 없다. 소중한 순간들이 모여 인생이 되는데 그 소중한 순간들이 엉망이 되는 순간 인생은 삐걱대기 시작한다. 누구나 상처로 얼룩진 인생의 파편들이 있다. 그런 상처를 안고 살면서 치유도 하지만, 때를 놓쳐 곪아 터진 경우도 많다. 완벽한 인생은 항상 고통 뒤에 숨는다. 그래서 상처받은 영혼은 끊임없이 어디론가 떠돌며 정주민이 되지 못한다. 특히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어릴 때 받은 폭력의 첫 경험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받는다. 폭력은 폭력을 낳고 세습된다. 그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

 

어릴 때 부모로부터 받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 근원에 관한 이야기다. 그 상처를 딛고 일어서면 성공하는 삶이고 그 상처 때문에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산다면 실패한 인생이다. 그 상처에 관한 이야기가 바로 ‘퍼펙트 월드’다. 1993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감독하고 케빈 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은 영화 퍼펙트 월드(A Perfect World)는 제목부터 긴장감을 일으킨다. 과연 이 세상은 퍼펙트한가. 퍼펙트한 세상을 꿈꾸는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실현하고 싶은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여덟 살인 주인공 필립은 여호와 증인 골수 신도인 엄마 밑에서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고 자랐다. 여덟 살 아이가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억압당하며 불우한 일상을 보내는 필립은 다른 아이들처럼 어린이 다운 어린이가 되는 게 소원이다. 할로원 파티, 크리스마스, 생일파티 같은 것조차 금지당한체 어머니가 믿는 종교의 노예로 산 필립이다. 그 무렵 필립의 집 근처에 있는 교도소에서 부치가 동료 죄수 테리와 함께 탈옥해 필립의 집에 숨게 된다. 부치는 필립을 인질로 삼아 도피하게 된다.

 

탈옥범 부치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었고 그 과거는 부치를 폭력적인 사람으로 만들어 청소년기에 이미 범죄자가 되고 말았다. 부치는 엄마로부터 억압받고 있는 필립을 통해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그토록 소망해 왔던 퍼펙트한 세상을 꿈꾸게 된다. 세상의 편견을 뒤로 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정을 나누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소원 목록을 만들어 하나하나 실천하며 평범하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부치와 필립은 오랫동안 곪아있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 가면서 텍사스를 가로질러 자동차를 몰고 간다. 

 

필립과 부치가 어느 옥수수 농장 관리원의 호의로 그 집에 은신하며 편하게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다음 날 농장 관리원은 여섯 살짜리 아들이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는 이유로 마구 폭행을 하자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되살아난 부치는 관리원을 혼내주고 몸을 묶는다. 이를 본 필립은 자신도 모르게 총을 들어 부치를 쏘고 달아난다. 탈옥범을 쫓는 노련한 형사 레드는 누구보다도 부치를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인근 들판으로 달아난 부치를 발견하게 된다. 포위된 부치는 필립을 레드에게 보내려고 하면서 필립이 하고 싶어 했던 일들을 적은 목록을 읽어주면서 필립 엄마에게 꼭 필립의 소원을 들어주라고 소리친다. 

 

부치는 자기 몸에 지니고 있던 엽서를 꺼내려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총을 꺼내려는 것으로 오인한 FBI 요원이 재빠르게 저격하고 만다. 부치는 곧 숨을 거두고 형사 레드는 불우한 가정 형편에서 죄를 지은 소년범 부치를 순방할 수 있었음에도 자신의 무책임한 판단으로 감옥으로 보내 부치의 인생을 망친 것을 후회하면서 저격수에게 주먹을 날린다. 부치는 행복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퍼펙트 월드’는 도피의 로드무비인가. 구원의 심리극인가. 완벽한 세계라는 말 속에 도사리고 있는 것은 완벽한 세계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바깥에서 방황하는 존재들의 그림자 같은 영화다. 탈옥수 부치와 소년 필립의 기이하고도 애틋한 동행을 통해 미국이라는 이상적 허구를 들여다보고 있다. 줄거리만 본다면 단순한 유괴극이지만 폭력으로 얼룩진 어린 시절의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존재론적인 가치를 관객에게 묻고 있다. 부치와 필립은 되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의 대면이다. 이 대면은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적 온기를 느끼게 한다.

 

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좋아할 세대는 아니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주말의 영화에서 가끔 본적이 다다. 그런데도 이 중후한 배우에게 매료되었다. 인간의 품격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이니 두말 말고 칼럼을 쓰고 싶었다. 거기다가 케빈 코스트너의 무공해 연기는 ‘퍼펙트 월드’의 정점을 찍었다. 미국 배우들 정말 연기 잘한다. 자기 직업에 대한 애정이 뚝뚝 떨어지는 게 보일 정도로 연기 참 잘한다. 그런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복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영화를 통해 윤리적 프레임을 어떻게 씌웠는지 알 수 있다. 감독도 했지만 경찰 레드 역을 연기하면서 부치를 쫓는 추격자가 아니라 퍼펙트 월드의 윤리적 대변인이자 관객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인물이다. 법과 윤리 사이의 간극을 다 드러내면서 부치가 저지른 범죄가 삶 전체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인간적 도덕을 던져주고 있다. 인간은 교정을 통해 또는 사랑을 통해 얼마든지 새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제목은 완전한 세계지만 이 지구상에 완전한 세계는 없다. 다만 완전한 세계를 갈구할 뿐이다. 불완전함은 인간의 사랑이다. 그 불완전을 통해 사랑이라는 완전함에 도달하는 것이다. 불완전한 사람들이 서로의 등에 기대 완전함을 느끼는 순간이 사랑이다. 그 사랑을 부치는 필립을 통해 느끼게 되고 필립은 부치를 통해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퍼펙트 월드’가 자라나고 있는지 모른다. 필립이 부치를 보며 말한다.

 

“아저씨는 나쁜 사람 아니죠?”

 

 

[최민]

까칠하지만 따뜻한 휴머니스트로 

영화를 통해 청춘을 위로받으면서

칼럼니스트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하고 

플로리스트로 꽃의 경제를 실현하다가

밥벌이로 말단 공무원이 되었다. 

이메일 : minchoe293@gmail.com

 

작성 2025.07.22 10:02 수정 2025.07.2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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