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열섬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하이난성이 추진 중인 ‘서늘한 도시(Cool City)’ 프로젝트가 한국의 폭염 대응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 프로젝트는 자연과 기술을 결합한 도시 냉각 모델로, 단순한 도시미관을 넘어 도시 기후 회복력까지 고려한 설계로 주목받는다.
올여름 서울을 포함한 한국 주요 도시들은 연일 35℃를 넘는 폭염과 열대야에 시달렸다. 특히 도심의 체감온도는 교외보다 3~5℃ 높아, 열사병과 온열질환 사례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도시의 기후 적응 전략이 단순한 환경정책을 넘어 생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하이난의 실험, 생존을 위한 도시 설계
하이난은 중국 정부가 지정한 자유무역항(FTP) 시범 지역으로, 오는 2025년 12월 ‘전면 봉관(封关)’ 체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추진되는 ‘쿨시티 프로젝트’는 도시 자체를 하나의 생태 시스템으로 재설계하는 실험이다.
주요 전략은 다음과 같다.
먼저 도시 숲, 옥상 정원, 수변 녹지 등으로 도시 열기 흡수 및 미세기후 개선하는 생태 기반 도시 냉방 인프라 구축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그늘막, 냉방 기능 정류장, 흡열 도로 등으로 대변되는 기술 융합형 냉각 설비가 도입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고온지역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대응을 위한 데이터 기반 열지도가 구축되고 있으며 민관이 협력하여 기업이 도시 기술을 실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하이난성 생태환경청 관계자는 “열섬은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도시구조의 실패에서 비롯된다”며 “경제개발과 기후 대응을 함께 고려한 도시 설계가 미래 도시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도시, 대응은 여전히 ‘임시방편’
한국은 현재 서울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도시가 고층 개발과 녹지 축소로 인해 도시 열섬 현상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20년간 공원 면적이 20% 넘게 줄었고, 시가지의 70% 이상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여 있다.
정부의 ‘도시 숲 조성’ 사업 등 일부 대응책도 시행 중이지만, 열지도 구축이나 민간 기술 실증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열섬 대응은 분수 설치나 그늘막 수준이 아닌 도시 전체의 재설계를 요구하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하이난 모델’이 주는 3가지 시사점
전문가들은 한국 도시가 하이난 모델에서 다음 세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데이터 기반 열관리 체계 구축하여 열지도를 통해 냉각 인프라를 과학적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민간 기술 실증장 확대, 즉 스마트 파사드, 반사 도료, 냉방형 도로 등 혁신 기술의 도시 내 테스트베드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주민 참여형 도시 녹화가 필요하다. 동네 정원, 옥상 텃밭, 커뮤니티 녹지 등 주민이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설계가 중요하다.
“도시를 식혀야 미래가 있다”
하이난 자유무역항은 단지 경제적 실험장이 아니라,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도시정책의 혁신 무대가 되고 있다.
폭염은 일상이 아닌 재난이며, 도시가 이 재난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나무 한 그루가 에어컨 10대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이제는 도시를 식히는 ‘冷(냉) 기술’과 ‘녹색 시스템’에 투자할 때다.
한편, 하이난은 중국 국무원이 지난 7월 23일 공식 발표를 통해, 하이난 자유무역항(海南自由贸易港)의 전면적인 ‘봉쇄형 통관(封关运作)’을 오는 2025년 12월 18일에 정식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1978년 12월 18일, 덩샤오핑 주석의 개혁개방 노선이 시작된 제11기 3중전회와 같은 날짜로, 중국의 고도 개방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로 평가된다.
왕창린(王昌林)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하이난 봉쇄형 통관은 단순히 ‘섬을 봉쇄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오히려 전면적인 개방 확대와 자유무역항 고도화를 위한 전환점”이라며 “향후 수개월 간 정책 홍보 및 시범 테스트를 통해 시장 주체들의 적응을 도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