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일스 고어반도 해안길 걷기

편리함과 환경 보호

고어 해안길의 자그마한 안내 표지판: 추락주의- 약산소식지 허예주 기자

 

 영국에는 자연 친화적인 걷는 길이 많다. 몇 년 전 영국 연수로 브론테 자매의 동네 하워스(Haworth)에 간 적이 있다. 하워스에서 걸어서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를 갈 수 있는데 겨울이라 길은 닫혀 있었다.

 

 영국에는 풋패스(Foot Path)라 하여 특정 계절에만 걸어 다닐 수 있는 길들이 여기저기 있다. 주로 시골 지방에 많고 사유지를 지날 수 있기에 주인의 허락이 필요한 곳도 많다. 올레길만큼 정비하지는 않았고 필요한 만큼만 정비한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인공물로 시야를 방해받지 않고 자연 친화적이라 나는 좋았다. 

 웨일스(Wales)에는 해안을 따라 해안길(Coast Path)이 있다. 그중 나는 스완지(Swansea) 외곽에 고어 반도(Gower Peninsula)에 있는 로실리(Rhossili) 동네를 가 보기로 했다.

 

 로실리를 안 것은 남미 여행 중 만난 웨일스 친구 덕분이었다. 여행을 좋아하기에 여행 중 만난 이들과 내가 태어난 동네나 여행할 만한 동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웨일스는 언젠가 가 보고 싶은 여행지였기에 웨일스 출신을 만나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 친구가 말하길 자기가 가 본 곳중 로실리 해변이 최고였다고 한다. 

 

 로실리는 스완지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조금 더 걸린다. 영국에서 버스 기다리는데 줄서기가 따로 없다. 버스 표지판 근처에 탈 사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버스가 도착하면 알아서 순서가 정해진다. 나이가 많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 그리고 짐이 많은 사람, 사람들이 알아서 자기보다 먼저 태워야 할 사람을 태우고 탄다. 나도 처음엔 어색하다 나중에는 배려해야 할 사람을 기다렸다 탔다. 노신사에게 양보하다 내가 양보받기도 했다.

 

 선진국일수록 이런 암묵적 사회적 약속이 존재한다. 이 약속을 깬 경우를 본 게 로실리 갈 때이다. 이런 암묵적 약속으로 노인을 먼저 태우는데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새치기했다. 한 무리가 우르르 타는데 그때 주변 영국인들의 표정은 아직도 떠오른다. 그 중국인들은 가는 내내 시끄러웠고 중국인 티를 너무 냈다. 

 

 스완지로 돌아올 때 내가 타려는 버스에 그 중국인 단체가 타려 해서 기다렸다 다음 버스를 일부러 탔다. 버스 간격은 꽤 있었지만 그러고 싶었다. 올 때 여유롭게 영국 시골 풍경을 즐기는데 심한 방해꾼이었기에 돌아갈 때마저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영국 걷기길 안내판처럼 영국 도로는 중심 도로를 벗어나면 넓지 않다. 스완지에서 로실리 가는 길은 버스 두 대가 지나가려면 한 대가 양보해야 하는 좁은 길이다. 그러나 버스는 서두르지 않고 자전거에도 양보하고 천천히 달렸다. 로실리 마을 안에도 버스가 회전하기에는 조금 좁아 보일 만큼 길이 좁았다.

 

 그리고 오는 길에는 기사가 중간에 바뀌었다. 시내 다 와서 교대 시간인지 여유롭게 두 기사는 인사를 나누고 교대했다. 미국 살 때도 그렇고 기사들은 어느 거리 이상이 되면 기사가 바뀐다. 그리고 교대하는 동안 서두르지 않고 자기 할 일을 다한다. 그러나 대부분 승객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다. 우리나라 버스 기사들이 가끔 긴 신호에서 미친 듯이 달려 화장실을 다녀올 때마다 안타깝다. 그마저도 승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번개같이 다녀온다. 그 순간마다 선진국 버스 기사들의 교대 모습이 떠오른다.

 

 영국의 좁은 시골길은 자연 풍경을 가까이 볼 수 있다. 영국에 흔한 양들을 무한대로 볼 수 있다. 길이 좁기에 양들이 풀 뜨는 언덕은 바로 옆이었고 몇 년간 볼 양은 다 본 것 같다. 가던 때가 비가 많이 오던 때라 늘 하늘은 흐렸지만 그래도 하늘이 보이고 나무가 보이는 건 기분이 좋았다. 

 

 로실리 해변은 어마어마하게 넓고 로실리 마을에서 한참 내려가야 한다. 예전 제주 토박이분이 바다까지 걸어가는 게 귀찮아서 안 간다고 말했다. 차 내려 바로 바다 가게 만들어야지 길에서 바다가 멀다고 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 이유가 로실리를 와봤다면 제주도 바닷가 가기가 얼마나 쉬운지 길을 얼마나 여기저기 잘 내놨는지 고마워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관광지를 만든다면 대형버스 들어갈 길부터 걱정한다. 영국이나 호주인들은 교통 편리만큼 자연보호도 신경 쓴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자연을 즐기러 왔으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하라는 느낌도 있다. 도시 문명에서 탈출하기 위해 왔으면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지내길 요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로실리 바다로 내려가는 길 어떤 커플은 서프보드를 어깨에 메고 그 먼 길을 신나게 걸어간다. 넓은 바닷가는 휴가철이 지나서 그런지 해변이 넓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드문드문 점처럼 흩어져 있었다. 엄청난 파도는 자연의 위력을 느끼게 한다. 그 바닷속으로 뛰어가는 서핑하는 커플은 대단해 보인다. 여행 다닐 때마다 서핑을 배우고 싶지만 뭔가 나를 움츠러들게 한다.  조금 더 어릴 때 배웠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하는 중 하나가 서핑이나 카누 같은 스포츠들이다. 그럼 다른 시선으로 자연을 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서핑이나 카누하면서 보는 자연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작성 2025.07.25 22:11 수정 2025.07.2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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