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후위기 시대의 시민행동 ‘공공재생에너지법’이 불붙인 에너지 주권 논쟁 – 청원이 던진 질문, 국회는 응답할까?

· 5만 시민의 서명, 국회를 움직일 수 있을까

· 정의로운 전환, 재생에너지를 넘어선 사회 개혁의 시작

· 에너지 민주주의, 이제 시민이 전환의 주체다

 

사진: 볕뉘뉴스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이라는 큰 약속을 국제사회에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현실은 그 반대다. 전기요금은 폭등했고, 재생에너지 보급률은 여전히 10% 초반에서 제자리걸음이다. 기후위기의 중심에서 시민들은 점점 더 큰 부담을 안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석탄과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공공재생에너지법’ 국민동의청원이다. 단 한 달 만에 5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명하며 국회의 공식 논의 요건을 충족했다. 7월 27일 종료 예정인 이 청원은 단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자는 기술적 요구를 넘어, ‘에너지를 누가 소유하고 통제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이름 그대로, 에너지 시스템을 공공의 것으로 전환하자는 내용이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정책이 중앙정부와 소수 대기업에 의해 설계되고 운영돼왔다면, 이 법은 에너지 권리를 지역과 시민에게 돌려주는 전환의 문을 연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에너지 계획, 시민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수립하는 에너지 자립 전략 등은 더 이상 이상향이 아니다.

 

하지만 이 법이 정말로 중요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을 제도화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대응 과정은 필연적으로 산업 구조, 노동 시장, 에너지 소비 방식의 변화를 동반한다. 그 과정에서 에너지 취약계층과 탄소 산업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가 고통을 떠안게 된다면, 그 전환은 정의롭지 않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이러한 불평등을 사전에 제도적으로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고용전환 지원, 에너지 공공요금 감면, 시민 참여 절차 보장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기술적 어려움 때문이 아니다. 구조적인 벽이 가로막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재생에너지를 생산해도 중앙집중형 계통망에 연결하기 어렵고, 그마저도 대형발전사가 우선순위를 갖는다. 허가 절차는 복잡하고 지역 주민과의 갈등도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여전히 태양광과 풍력을 비효율적이고 부패한 것으로 낙인찍는다. 그 결과 시민들의 참여는 위축되고, 지방의 자율성은 제한된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이 같은 구조적 모순을 바로잡기 위한 ‘설계도’다. 이 법이 통과된다면, 에너지 계획은 중앙에서 지방으로, 대기업 중심에서 시민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의 전면에 시민이 자리 잡게 되는 셈이다.

 

현재 국회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국회법』에 따르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국민동의청원은 해당 상임위원회에 자동 회부되며, 90일 이내에 반드시 심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단순히 “검토 중”이라는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이 청원을 넘길 것인가, 아니면 입법화로 이어질 제도적 논의를 시작할 것인가. 이 선택은 단지 한 법안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국회가 기후위기 시대에 시민의 목소리를 어떤 수준으로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하는 신호탄이다.

 

공공재생에너지법은 완벽한 법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가 기후위기와 에너지 불평등, 지역소멸과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통합적으로 해결할지를 묻는 중요한 시도다. 시민은 질문을 던졌다. 에너지는 누구의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전환을 해야 하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의 응답이다.

 

2050년까지 얼마나 남았는가? 25년이다. 하지만 정의롭지 못한 전환은 단 하루도 더 지속돼선 안 된다. 이 청원이 헛되지 않기 위해선, 국회의 응답 그 너머에 있는 시민의 지속적인 행동과 감시가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기후위기 시대의 민주주의가 시험받는 순간이다.

 

 

 

작성 2025.07.25 23:21 수정 2025.07.2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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