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기분에 따라 내 하루가 뒤바뀌어요

감정 동조 연애의 위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연애

감정 동조에서 벗어나 나를 회복하는 4단계 실천 전략

 

▲ AI 생성  ⓒ코리안포털뉴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오늘은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일까’라면, 이미 그 관계는 사랑보다는 감정에 대한 긴장으로 채워지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하루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건 나의 컨디션이나 일정이 아니라, 상대의 말투와 표정, 혹은 아직 오지 않은 메시지다. 상대가 무뚝뚝한 말투로 인사를 건네면 왠지 모르게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고, 반대로 먼저 다정한 연락이 오면 그제야 안도하게 된다. 마치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이 오늘 내 하루의 분위기를 디자인하는 것 같다.

 

이런 연애는 처음엔 사소한 배려로 시작된다. "오늘 기분 안 좋아 보이네?", "힘든가 보다"라며 마음을 보태주려는 다정함에서 시작되지만, 그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나의 감정’이 아닌 ‘상대의 감정’에 전적으로 반응하는 구조가 되어버린다. 상대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괜히 불안하고, 연락이 늦어지면 별일 아닌 일도 혼자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내가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보다, 상대가 불편할까 봐 나부터 먼저 긴장하게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결국, 내 감정은 내가 아닌 ‘타인의 기분 상태’에 묶이게 된다. 그리고 점점 나는 내 감정에 무뎌진다. ‘나는 오늘 기쁘다’, ‘나는 오늘 예민하다’는 감정의 언어는 줄어들고, ‘그 사람 때문’이라는 이유가 모든 감정의 시작이 된다. 

 

그 결과, 나는 그 사람의 기분에 따라 반응하는 사람으로 변해간다. 내가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나의 결정이 아니라, 그 사람의 컨디션과 기분이 좌우한다. 나의 감정은 서서히 사라지고, 감정을 조율해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의무감만 남는다.

 

이런 감정의 패턴이 반복되면 연애는 사랑이라는 이름의 감정 동맹이 아니라, 눈치와 예측으로 이루어진 ‘감정 시소’가 된다. 한쪽이 기분이 좋으면 나도 괜찮고, 한쪽이 무거우면 나도 자연스럽게 가라앉는 감정의 종속 구조, 사랑은 두 사람의 감정을 함께 나누는 일이지만, 이 구조는 한 사람의 감정만 따라가는 비대칭의 시작이다. 

 

문제는, 그 안에서 점점 나라는 존재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나도 감정을 느끼고, 나도 영향을 받는 사람인데, 그것을 말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한 채, 늘 상대의 감정에 나를 맞추다 보면 결국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이 질문이 떠오른다면, 관계 속에서 이미 내 감정은 주변부로 밀려나 있고, 중심에는 ‘상대’만이 놓여 있는 상태일지 모른다.

감정 동조는 심리학적으로도 설명되는 개념이다. 이를 ‘감정 전염’이라고 부르며, 사람은 타인의 감정 상태에 쉽게 영향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그 민감도가 더욱 커진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지점은, 그 감정이 일방적으로 옮겨가고, 그 결과로 한 사람이 감정을 조절하고 떠안는 관계로 굳어질 때다. 

 

‘그 사람이 힘들어 보여서 내가 더 신경 써야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지만, 어느새 내 하루가 상대의 컨디션에 따라 출렁이는 불안정한 삶이 되어버린다. 감정 동조가 지나치면 ‘자기 부정’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내가 기분 나쁜 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하자’라는 말들이 스스로를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 감정은 뒤로 밀리고, 감정 표현의 기회도 점점 줄어든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언제 기뻤는지, 언제 슬펐는지조차 기억하기 어려워지고, 내 감정을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진다. 그 결과, 연애는 서로를 돌보는 관계가 아니라, 내가 감정을 떠맡는 정서 노동이 된다. 감정을 잘 돌봐야 하는 것은 연애의 본질이 아니다. 서로의 감정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관계의 기본이다.

 

이 감정 동조에서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나의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감정 기록’이다. 하루에 한 번, 내가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하자. 상대가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의 기분, 나의 감정에 집중하는 훈련이다. 

 

두 번째는 ‘즉각 반응하지 않는 연습’이다. 상대의 기분 변화에 바로 반응하지 않고, 한 박자 쉬고 나서 나의 감정을 점검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세 번째는 ‘감정 책임 분리’ 선언이다. 그 사람이 기분 나쁜 것이 꼭 내 탓이라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 상대의 감정은 상대의 몫이고, 나는 그걸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마지막 네 번째는 ‘감정 표현 훈련’이다. "나는 지금 이런 기분이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관계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다. 

 

이 네 가지 실천은 감정 동조에서 빠져나와 나를 주인공으로 되돌리는 시작점이 된다. 사랑을 한다는 건 상대를 아끼는 일이지만, 내 감정을 없애는 일은 아니다. 누군가의 기분이 내 하루 전체를 뒤바꾸게 두지 말자. 연애란 두 사람의 감정이 함께 숨 쉬는 것이라는 사실, 그 단순한 진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작성 2025.07.26 01:10 수정 2025.07.26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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