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영의 낭만詩객] 반달

이순영

어둠이 짙어야 별이 빛나는 법이다. 어둠이 깊어 가야 새벽이 오고 밝은 아침이 온다. 어둠이 밝음이고 밝음이 어둠인 것은 자연법칙이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아침은 온다. 그 아침을 위해 묵묵히 견디는 어둠은 고마운 존재다. 그 어둠을 견디기 위해 사람마다 등대 하나씩은 가슴에 두고 산다. 어둠 속에서 헤매다가 길을 잃으면 영원히 우주 미아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리석은 대장을 따라가다가 때론 불쌍한 양이 되곤 한다. 여론이라는 가면을 쓰고 대중을 선동하는 대장은 높은 수준의 교양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럴 때마다 나는 호랑이와 독수리를 곁에 두고 싶다. 미래에 대한 무지를 장막으로 가리고 미래를 볼모로 삼아 여론의 칼을 휘두르는 비겁한 무리에게 호랑이와 독수리를 풀어놓고 싶다. 대중을 끌고 다니는 사람은 대중에게 버림받는다. 이건 진리다.

 

결핍이라는 학교에서는 가끔 천재를 길러내지만, 같은 이슬도 뱀이 먹으면 독이 되고 벌이 먹으면 꿀이 된다. 벌이 만든 꿀은 약이 되지만, 우리는 뱀이 만든 독에 물려서 죽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러니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은 사람이 되는 게 더 힘든 일이다. 위험한 시대를 이용해 진리의 눈을 떠야 한다. 견뎌야 할 위험이 많은 시대에는 진리를 깨닫게 될 기회가 더 많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제대로 된 천재들이 많이 나온 이유가 그것이다. 환란이 오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릴 때 우리의 사랑은 배가 된다.

 

샛별도 등대라고 길을 찾던 1924년에 윤극영은 ‘반달’을 세상에 내놓았다. 우리나라 창작동요의 효시다. 방정환이 만든 ‘어린이문화운동’이 ‘색동회’에 의해 전국적으로 펼쳐지자, 윤극영은 색동회의 일원으로 어린이들에게 아름다운 꿈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 동요를 부르게 하자는 운동을 펼쳤다. 어린이들의 정서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식민지의 고통이 희망으로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반달’을 지어 부르게 했다. 역설적으로 조선에서 억압받던 우리말이 식민지에서 꽃피우며 우리말 전성시대가 열렸다. ‘반달’도 어려운 말 하나 없이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우리는 어린 시절 ‘반달’을 부르며 자라왔다. 짝꿍과 손뼉치기하며 반달을 부르고 산 위에 올라가서도 부르고 학교에서 합창대회를 할 때도 부르고 친구들과 놀 때도 불렀다. 엄마 아빠도 가끔 부르시는 걸 보았고 어른들도 심심치 않게 불렀다. 식민지는 벌써 끝났지만, 반달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즐겨 부르는 국민노래가 된 것이다. 어려운 말 하나 없이도 이렇게 아름답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노랫말은 드물다.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갈까’라는 노랫말처럼 우리는 식민지가 아니더라도 가끔 목적지를 잃기도 한다.

 

어리석은 대장을 따라가야 하는 이 엄혹한 시절, 당신은 등대를 갖고 있는가. 푸른 하늘 은하수에 쪽배도 없고 돛대도 없고 삿대도 없이 홀로 망망대해를 건너고 있다면 샛별을 등대 삼아야 한다. 어둠이 아직 물러가지 않은 새벽하늘에 샛별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다. 지금 어둠에 빠져 있다면 샛별을 찾아야 한다. 나만의 길잡이를 찾아 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머지않아 새벽빛이 거치고 밝은 아침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는 반드시 밝음이 숨어 있기 마련이다.

 

샛별 같은 등대가 있다면 우리의 발걸음은 생기발랄하고 확고해질 것이다. 어리석음과 따스함을 혼동하지 않고 한결 사려깊어질 것이다. 더 고독한 길이 앞에 펼쳐진다고 해도 그 길을 걷는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바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견뎌야 할 위험 속에서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등대를 하나씩 마음속에 심어놓자. 다른 사람의 횡포 때문에 내가 침울해지지 않기 위해 등대를 심자. 등대를 심어놓으면 시대의 비참함은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대장의 어리석음도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이순영]

수필가

칼럼니스트

이메일eee0411@yahoo.com

 

작성 2025.08.14 08:27 수정 2025.08.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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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