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쓸모없음의 쓸모가 분명히 드러난다

고석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 함민복, <꽃> 부분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숨이 막혀 온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읍내 아이들 주변을 맴돌았다. 그들은 다른 세계에서 온 아이들이었다. 희멀건 얼굴… 까만 얼굴의 나는 그들 가까이 가지 못했다. 

 

나는 자신을 스스로 나의 세계 속으로 유폐시키며(스스로 왕따가 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 결과 나는 ‘삐딱이’가 되었다. 내가 노년이 되어서도 인문학 강의를 할 수 있는 힘이다. 학창 시절에 왕따를 당한 경험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분들이 많다.

 

고대 중국의 현자 장자의『장자』에는 장애인이 많이 나온다. 장애인이야말로 진정한 현자들이다. 왜? 그들은 ‘삐딱이’이기 때문이다. 곱사등이, 절름발이는 직립보행하는 인간과 짐승 사이에 있다.  

 

그들은 짐승의 야생과 인간의 문명 사이를 오간다. 그들은 이 세상 전체를 아우른다. 우리는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담장에서 발견할 것이다.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우리가 경계에 설 수 있을 때,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삼라만상은 무한한 존재가 된다. 이 세상은 지상이면서 천국이 된다. 

 

내게 ‘왕따’ 경험을 하게 한 가난한 소작농의 부모님이 무한히 고맙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디 머물지 못하고 항상 어슬렁거릴 것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10.09 10:40 수정 2025.10.0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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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