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내게 묻지요.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이냐고, 내가 밟은 땅속에 내가 떠난 다음에도 어떤 뿌리가 남아있길 바라느냐고. 서툴렀지만 그런대로 많이 사랑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우주)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내가 마치 온 인류를 내 가슴에 품었던 것처럼, 그래서 우리가 함께 웃고 울면서, 우리 모두의 여림과 덧없음을 나누었음을 기억하면서, 하늘, 우주, 신(神)이 내게 준 생긴 그대로 나의 지극한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말이죠.”
2021년 1월 28일 타계한 미국의 흑인 여배우 겸 패션모델로 지난 70여 년 동안 활약한 시셀리 타이슨(1924-2021)이 귀향하기 이틀 전 출간된 그녀의 회고록 ‘생긴 대로’에서 하는 말이다. 이는 요즘 전 세계 온 인류가 남녀노소 너나 할 것 없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그 누구라도 오늘내일 그 언제라도 ‘귀향’할 때 할 수 있는 말이 돼야 하리라. 그런데 이는 한국인들이 상용하는 ‘하지마 하지 하지 하지 하지마’ 시리즈와는 상반되지 않는가.
DON’T (~하지마) SERIES IN KOREAN:
1. Don’t do it = 하지마 (ha-jee-mah)
2. Don’t go = 가지마 (ga-jee-mah)
3. Don’t cry = 울지마 (ul-jee-mah)
4. Don’t look = 보지마 (bo-jee-mah)
5. Don’t eat = 먹지마 (muk-jee-mah)
6. Don’t laugh = 웃지마 (ut-jee-mah)
이상의 여섯 마디를 한 마디로 줄이면 Don’t live, or rather, don’t breathe 살지 마, 아니 숨 쉬지 마.가 되지 않으랴.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Don’t love 사랑하지 마, 아닌가. 세상천지에 이처럼 지독한 반어법이 어디 또 있을까.
요즘 미국과 한국에서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로,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한두 개 있다. 그 하나는 ‘포모 FOMO-fear of missing out’, 이와 반대되는 말은 ‘조모JOMO-joy of missing out’, 또 하나는 ‘가면 증후군 Imposter Syndrome’이다. 전자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재미있거나 유익한 일에서 나만 빠지나 하는 소외감을 일컫는다. 이를테면 남들은 주식으로 떼돈을 번다는데 나만 일확천금의 좋은 기회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공포심 말이다. 이는 전에 서구 사회에서 한동안 유행하던 표현으로 ‘남 따라 하기’나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인기 있는 쪽에 가담한다는 뜻으로 ‘행렬 선두 마차에 올라탄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리라.
우리 말로는 ‘우렛(천둥)소리에 맞춰 만물이 함께 울린다’는 뜻으로 ‘아무런 자기 주관 없이 남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따르거나 덩달아 같이 행동하는 것을 이르는 한자로 부화내동이란 사자성어가 있지 않나. 이는 정치와 경제 종교와 문화 할 것 없이 각 분야에서 특히 우리 한국인들 골(骨) 속에 뿌리 박힌 사대주의 사상을 비롯해 모든 ‘골빈당’들의 공통된 특징이 아니랴. 이와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면서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삶, 다시 말해 ‘있는 그대로, 생긴 그대로, 이해하고, 고맙고, 애잔하고, 지켜보고, 믿어주고, 하나 되고…’ 이런 사랑, ‘헤아릴 수 없이 크기 때문에 바다 같고 하늘 같은’ 삶을 사는 것이 ‘가슴찬당’ 코스미안의 삶이 아닐까.
그리고 앞에 언급한 후자 ‘가면 증후군’은 소위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고 출세해 만인의 선망의 대상이 되어 온 유명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앓는 정신 심리적인 병적 증상인 자신감 결핍, 불안감, 무한경쟁의 성과주의와 완벽주의에 몰입된 강박관념, 등을 가리키는 데 자신들의 성공 요인을 자신이 아닌 외적 조건이나 외부 덕으로 돌리고 자신을 자격 없는 사기꾼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사기꾼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최근 보도를 통해 밝혀진 몇몇 사례만 보더라도 이들의 삶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알 수 있지 않은가.
피플지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모델인 제시카 알바(1981 - )는 자신이 “꽤 오랫동안 ‘가면 증후군’을 앓아왔다”라고 했고, 저신다 아던(1980 - ) 뉴질랜드 총리도 얼마 전 ‘가면 증후군’이 있다고 고백했으며, 유대계 미국 여배우 나탈리 포트만(1981)도 2015년 5월 30일 모교 하버드대 졸업식 연설에서 “똑똑하지 않은 내가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실수이지 않았을까. 내가 입을 열 때마다 내가 백치 같은 멍청한 배우가 아닌 걸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라고 실토했다. 최근 트위터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7%가 가면 증후군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0년 7월 실리콘밸리 재직자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2%가 ‘내가 유능하지 않다는 걸 회사 사람들이 알아채는 것이 두렵다’고 했고, 이 같은 답변은 아마존에선 72%, 구글 71%, 리프트 69%, 페이스북이 66%였다.
영국의 저명한 신경생물학자 해롤드 힐만(1930 - )은 2013년 출간된 그의 저서 ‘가면 증후군: 진순한 지도자가 된다는 것’에서 가면 증후군을 극복함에 있어 최선의 치료법은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인간의 약점이 있어 인간미도 있고, 아무도 항상 옳기만 할 수 없으며,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가면 증후군’ 연구 권위자 발레리 영 교육학 박사가 제시하는 10가지 대처법이 있다.
1.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 그 고민에서 해방된다.
2. 감정과 사실을 구별하라. 사람들은 누구나 때때로 자신이 바보 같다고 느낀다. 당신이 바보 같다고 느낀다고 해서 당신이 바보는 아니란 사실을 알아야 한다.
3. 당신이 언제 소외감을 느끼게 되는지 인지하라. 소속감이 자신감을 키워준다. 어떤 모임이나 강의실 또는 직장에서 당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어서, 아니면 첫 여성, 유색인, 또는 장애인으로서 부사장, 판사, 감독관, 소방서원, 수상자일 경우 느끼게 되는 생소감(生疎感)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과 지능상 위축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4. 매사에 긍정적으로 임하라. 당신이 완벽주의자란 사실은 그만큼 당신이 하는 일에 철저하고 우수하다는 뜻이지만 일상적인 일에 매달리지는 말고 설혹 불가피하게 실수가 생겨도 자신을 용서할 줄 알아야 한다.
5. 실패나 실수에 역발상으로 대처하라. 일찍이 헨리 포드는 말했다: 실패는 다시 더 잘 시도해볼 기회를 줄 뿐이다.” 마치 운동경기에서 진 팀의 선수들이 자신들의 부족했던 점을 깨닫고 다음 경기에선 승리를 다짐하듯 말이다.
6. 올바른 규칙을 세워라. 당신이 “나는 언제나 정답을 알아야 한다.”든가 “절대로 남에게 도움을 청해선 안 된다” 하는 식의 오도된 규칙 하에 행동해 왔다면 이와는 정반대로 당신도 실수할 수 있고, 쉴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권리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7. 각본을 새로 짜라. 당신 머릿속에 가면 증후군 증상이 일어나거든 당신 내부의 이 각본을 집어치우고 “사람은 누구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처음에는 좀 어설퍼도 나는 잘 해낼 거야”란 각본을 새로 짜고, 주위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우와 다들 나보다 똑똑해 보인다’고 주눅 드는 대신 ‘우와 이 똑똑한 사람들한테서 나는 많이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다.
8. 성공을 사전시각화(事前視覺化)하라. 프로 선수들이 그러듯이 사전에 예행연습을 하고 패배하지 않고 승리하는 장면을 상상하며 시각화하는 거다.
9. 당신 자신에게 포상(褒賞)하라. 외부의 인정을 추구했다가 포기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자신 스스로를 자신이 인정하는 법을 익히도록 하는 거다.
10. 될 때까지 시늉을 해라. 날기 전에 날갯짓부터 해야 한다. 하다 보면 점차로 자신감과 용기도 생겨 모험을 하게 되며 모험을 하다 보면 기적이 일어난다.
이상의 열 가지 대응법을 내가 한 마디로 줄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으리라. 이럴 때 사람은 누구나 다 각자대로의 자긍심과 자존감을 느끼며 자중자애(自重自愛)함으로써 자족감과 행복감을 만끽하는 코스미안의 삶을 살 수 있게 되리라.
“도박장에서는 평상심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런데 세상 전체가 카지노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에서 자라나는 미래 세대의 가치관을 진심으로 염려한다. 검소한 생활과 자기 절제, 노동, 꾸준한 노력이 보답받고 또 찬미의 대상이 되는 사회에서 인간이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에. 이 거품이 언젠가 꺼지면 그때는 얼마나 파괴적인 절망과 환멸이 우리를 휩쓸 것인가. 그렇다고 거품을 꺼뜨리지 말고 이대로 놔두야 하나? 한데 그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기는 한가.”
이 글은 장강명 작가의 글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셀카’란 단어가 있다. 자신과 사진기의 합성어로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가리키는데 영어로는 ‘셀피’라고 한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생긴 이 신조어가, 자신의 모습을 찍어 SNS에 올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013년에는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고, 이어서 2014년엔 메리엄 웹스터 사전에도 등재됐다. 그 후로 비디오와 셀피의 합성어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촬영해 동영상으로 올리는 벨피라는 단어가 생기더니 올해는 백신과 셀피를 합친 ‘백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사람들, 특히 유명 인사들이 코로나 백신 맞는 자신들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개하는 일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어서이다. 심지어는 ‘백신 여권’이란 말도 생겨 지난 2월 4일자 뉴욕타임스는 ‘Coming Soon: The Vaccine Passport’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정부와 여행업계에서 ‘vaccine passport’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편 덴마크 정부는 3~4개월 안에 코비드19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걸 증명하는 디지털 여권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거품 같은 ‘야단법석’을 총체적이며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꺼버리는 묘수풀이를 제시해보리라. 이는 다름 아니고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이 다 사랑이란 무지개, 곧 ‘우주여권,’ 다시 말해 ‘코스미안 여권’으로 ‘우주역정에 오른, 우리 모두의 진정한 정체성과 본질을 깨닫고 우리 모두 하나같이 이러한 우주 나그네 ‘코스미안(Cosmian)’이란 자의식을 갖는 일어어라.
[이태상]
서울대학교 졸업
코리아타임즈 기자
합동통신사 해외부 기자
미국출판사 Prentice-Hall 한국/영국 대표
오랫동안 철학에 몰두하면서
신인류 ‘코스미안’사상 창시
이메일 :1230t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