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가요 인기차트를 보면 발매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곡들이 다시 인기를 끄는 경우가 많다. 어느 날 갑자기 차트를 역주행하며 첫 전성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바다에서도 이런 ‘역주행’이 기대되는 생물이 있다. 바로 ‘괭생이모자반’이다.
괭생이모자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전역에 걸쳐 넓게 분포하는 황갈색의 해조류이다. 부착기질에서 떨어지면 가지에 있는 공기주머니로 인해 물 위로 떠올라 해류를 따라 수 백 ㎞를 이동한다. 이렇게 해류를 타고 우리나라 서남부 해역이나 제주도로 유입된 부유성 괭생이모자반은 어망을 뒤엉키게 하고 악취를 풍기는 문제를 일으키거나, 선박의 회전용 추진 날개(스크루)에 감겨 어선 운행을 방해하는 등 골칫거리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양수산부에서는 부유성 괭생이모자반을 `23년 11월에 유해 해양생물로 지정하였다.
이 골칫거리 괭생이모자반은 해양 쓰레기로만 취급되어 수거 후 소각되거나 땅에 묻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괭생이모자반이 화장품, 비료 등 여러 방면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그중 국립공원공단에서 주목한 것은 비료로서의 활용 가치이다.
국립공원에서는 괭생이모자반 자원화를 위한 협력의 일환으로 올해 3월 지자체, 친환경농업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국립공원 내 지역주민, 자원봉사자와 함께 해상에 떠다니고, 해안가로 밀려들어오는 괭생이모자반을 직접 수거하고, 친환경농업기업으로 전달하여 비료를 제작했다. 제작된 괭생이모자반 액상비료는 우선 국립공원 내‧외 유입 하천 및 지류 주변의 농경지를 대상으로 무상으로 보급하였으며, 향후 이 비료가 사용된 농경지의 토양을 분석하고, 비료를 사용한 농가의 만족도 조사를 통해 비료의 효과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이 괭생이모자반을 비료로 만들어 자원화하는 사업은 단순한 유해 해양생물 처리 활동을 넘어, 국립공원이 지역사회와 협력해 생태계 선순환(善循環)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상생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국립공원과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함으로써 바다의 골칫거리가 땅의 거름으로 다시 태어나고, 어업과 농업이 간접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한때는 외면받았지만 이제는 환영받을 수 있는 자원, 괭생이모자반의 두 번째 인생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 유해 해양생물, 해양 쓰레기라는 한계를 넘어 생태계 선순환의 자원으로 ‘역주행’에 도전하는 해조류처럼 국립공원도 더 넓은 생태적 상상력과 지역상생의 가치를 안고 나아가고자 한다.
[박관하]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서부사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