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박완서 작가의 남편이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자 옥바라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라고 한다. 작품의 제목 앞에는 ‘조그만’이라는 형용사가 붙어 있다, 왜 ‘조그만’일까. 대단하지 않은 체험이라서일까. 아니면 소시민에게 일어났던 일들은 별것 아닌 조그만 것으로 치부되는 무가치한 현실 때문일까.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작품은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 남편이 귀가하지 않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주인공은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남편의 전기용품 상으로 전화를 하자 남편이 검찰청으로 잡혀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남편은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고 산 사람이었기에 주인공에게는 살면서 처음 겪어본 청천벽력이었다. 어찌할지 몰라 혹시라도 주변에 ‘빽’이라도 있나 살펴보지만 그럴 힘이 있을 리 만무하다. 남편의 죄명은 재생 형광등을 낮은 가격으로 사서 신품 가격을 받고 팔아 돈을 편취했다는 사기죄인데 남편은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주인공은 남편의 무죄를 믿지만 법은 그렇지 않다.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남편은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된다. 결국 K지청의 사건 담당 주임을 만나지만 그것도 입구부터 경비의 고압적인 태도에 오백 원을 주고 들어간다. 담당 주임은 특별면회와 검사에게 손을 쓴다는 조건으로 상당 액의 금품을 요구한다. 또 친구의 소개로 삼십만 원이라는 거금의 수임료를 지불하고 선임한 변호사는 K지청은 빠삭하다며 불기소로 해주겠다고 큰소리치지만, 남편은 기소되었고 그 사실조차 모른다. 결국 주인공은 변호사 위임을 취소하고 우여곡절 끝에 30여 명의 잡범들과 함께 남편은 재판받는다.
남편이 재판받아 풀려나는 동안 주인공은 힘없는 자의 서러움과 부정부패의 현실에 부딪혀야 했다. 그 경험을 통해 세상은 힘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공평하지 않음을 여실히 느낀다. 작품의 무대가 1970년대의 상황이고 그 당시는 그런 시대였다고 하더라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물론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청렴이 강조되는 사회이지만 지금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법원은커녕 검찰청 문 앞에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그러니 잘못을 하지 않았음에도 일단 들어가면 주눅 들게 마련이다.
대한민국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다. 법원에 가면 저울을 들고 평등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점을 암시하고 있지만 지금도 평등에 대한 신뢰와 형평성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일 들이 있다. 유명한 실세 정치인이라고 해서, 권력자라고 해서 힘의 유무,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특혜를 받는 형평성을 잃은 허울 좋은 겉치레가 법임을 느낄 때가 있다.
작품에서 작가는 말한다. 권력 있는 사람, 배경 있는 사람, 돈 많은 사람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힘없고 기댈 곳 없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당해야 하는 그런 세상이 아니라 법이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의 편이 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이다.
세계 경제 10위권이며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법은 만인에게 공평한가. 개혁과 혁신의 대상인 사람들이 개혁을 외치는 세상은 아닌가. 의문점이 드는 것은 왜일까.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은 2025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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