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가서 직접 고등어를 사려는데 한 마리에 만 원... 이게 말이 되나요? 너무 놀라웠습니다. 지금처럼 물가가 불안정한 시점에, 이런 가격이 과연 정당한 건지 모르겠어요.”
경남 거제 한 재래시장에서 만난 60대 주부의 말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놀람, 답답함, 허탈함, 그리고 묻고 싶은 마음.
‘국민 생선’이라 불리던 고등어가 어느새, 가격표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식재료가 된 것이다.
그동안 고등어는 서민의 밥상을 지켜주는 대표 생선으로 자리해왔다. ‘두 마리 주세요’ 라던 익숙한 장보기 풍경이, 이제는 ‘그냥 보고 돌아선다’는 말로 바뀌었다.
이 변화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해양수산부는 8월 21일, 언론 보도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올해 고등어 전체 누적 생산량은 83,774톤, 이는 지난해보다 약 두 배, 평년 대비 약 87%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양은 넘쳤다. 그런데도 체감 가격은 오르고 있다.
언뜻 모순처럼 보이는 이 상황은, 고등어 유통 구조의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먼저, 냉동 고등어의 상황을 보면 다소 안심할 수 있다. 8월 19일 기준 마리당 평균 가격은 3,981원, 전년 대비 3.9%, 평년 대비 7.4% 하락했다.
이는 정부가 시행 중인 할당관세 도입(2천 톤), 비축물량 방출(1,500톤), 전국 할인행사 등의 대응 정책이 실제 효과를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체감 가격의 주범은 냉장·염장 고등어, 특히 중·대형급 품종이다.
이 고등어들은 신선도와 맛에서 강점을 가져 소비자 선호도가 높고, 실제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가격으로 취급된다.
문제는 이 품종의 공급량이 올해 2,806톤에 그쳤다는 점이다.
작년 동기(8,895톤)나 평년 평균(7,581톤)과 비교하면 70%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즉, 고등어가 '많이 잡혔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원한 그 고등어는 줄었다.
마트에서 가격표를 보고 놀라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사람은 ‘전체 물량’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체감한다.
전문가들은 “전체 생산량 증가가 체감 물가에 바로 반영되진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찾는 특정 크기나 등급의 수산물 공급이 줄어들면, 실질적인 가격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다가오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고등어를 포함한 주요 수산물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비축 물량 확대, 할당 관세 적용 확대, 대한민국 수산 대전 등 할인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명절 수요 급증 시기에는 현장 유통 점검도 병행해 가격 안정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고등어 가격이 올랐다는 문제가 아니다.
밥상에서 시작된 물음표는 선호 품종의 생산량 변화, 유통 구조의 불균형, 수입 대체 효과의 한계까지 얽힌 복합적인 현실을 드러낸다.
냉동 고등어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대중의 체감은 여전히 팍팍하다.
정책은 숫자를 안정 시킬 수는 있지만, 체감의 납득까지는 닿지 못할 때가 많다.
생선 한 마리 앞에서 멈칫한 마음.
그 안에는 시대의 물가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 담겨 있다.
뉴스는 그 마음을 읽는 가장 정확한 기록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