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의 품격, 김장하를 아십니까?

평범한 사람을 위한 교육, 평범함을 지지한 어른

진짜 부자의 자세: 소유하지 않고 나누는 삶

음덕(陰德)의 전염: 김장하를 닮아가는 사람들

 

 

 

“줬으면 그만이지.”
누군가는 이 말을 듣고 단순한 무심함으로 해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한마디 안에는 일생을 타인에게 헌신하고도 이름 석 자 내세우지 않았던 한 사람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바로 경남 진주의 ‘살아 있는 사회보장제도’로 불리던 김장하 선생이다. 50년 넘게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며 선생은 아픈 사람에게 약을 지어주는 것으로만 역할을 멈추지 않았다. 학비가 없어 학교를 포기하려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몰래 건넸고, 지역 공동체를 위해 학교를 세우고 문화 공간을 만들었으며, 자신의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했다. 이 모든 일을 이름 없이, 조용히 해냈다. 훈장 수여식조차 “약방을 비울 수 없다”며 거절했던 그는, 진심으로 봉사의 가치를 아는 어른이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말만 앞세우는 '꼰대'에 익숙해졌다. 그러나 김장하라는 인물은 보여주지 않으면 말하지도 않았고, 보여주고 나서도 자리를 비웠다. 그가 남긴 말 없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한 감동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한 장학생의 이 말에 김장하 선생은 대답했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는 거야.”

이 말은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결코 성적 우수자에게만 장학금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들, 삶의 변두리에 밀려난 이들에게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잠재력’이라는 모호한 기준보다는 ‘필요’라는 실질적 가치를 우선했다.

 

그가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는 일류 대학을 위한 통로가 아닌, 사람을 위한 학교였다. “지식은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남명 조식 선생의 유학 정신을 실천했던 김장하 선생은 학교를 국가에 기부 채납하고, 남은 재단 기금은 국립 경상대학교에 전액 기탁했다. 학교는 그에게 명예가 아닌 공동체였다.

 

그는 지식보다 더 중요하게 독서를 여겼다. 중학교 졸업이 최종 학력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많은 책을 읽었다. 『맹자』의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사람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자”는 말과 『논어』의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강요하지 말라”는 구절을 인생의 지표로 삼았다. 지식은 행동의 씨앗이고, 그 열매는 바로 김장하 선생의 조용한 실천이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습니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핍니다.”
『줬으면 그만이지』 341쪽에 실린 이 말은, 돈을 다룰 줄 아는 진짜 부자의 철학을 보여준다.

김장하 선생의 재산은 병든 사람들로부터 얻은 것이었고, 그는 이를 ‘다시 아픈 사람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윤리적 책임으로 이해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고, 그 수단은 인간을 위해 써야 한다는 철학이 그의 삶을 이끌었다.

장학생 중에는 나중에 헌법재판관이 된 사람도 있었다. 감사 인사를 전하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가 아니었어도 자네는 오늘의 자네가 되었을 것이야. 나는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었을 뿐이니 자네는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감사하게.”

 

어쩌면 우리가 ‘기부’라고 부르는 행위는, 김장하에게는 세상과의 정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무도 알지 못해도 그는 이미 충분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그는 이미 풍족했다. 이것이 진짜 부자의 품격이다.

 

“다른 사람에게 공덕을 베풀었을지라도 그 대가를 받으려 한다면 덕이 되지 않고, 소란스레 말하면 그것 또한 사라진다. 덕은 음덕이 크니라.” 『도전』 11편 257장에서 태모 고수부님이 말씀하신 음덕(陰德)은, 김장하 선생의 삶과 닮아 있다. 그는 보이지 않게, 조용히 베풀었다. 그리고 이 ‘보이지 않는 선행’은 놀라울 정도의 파급력을 가져왔다. 진주 지역에서 그를 알고 따르던 김주완 기자는 무려 7년간 김장하 선생 주변을 취재하며 기록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으로 세상에 나왔다.

책은 단순한 평전을 넘어, 우리 모두가 ‘김장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를 바라는 작은 바람이 되었다. 실제로 그를 닮은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명신고 출신 건축가 박범주, 상주초등학교의 교장 하남칠 등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음덕의 힘이다. 드러내지 않아도 전해지고, 계산하지 않아도 남겨진다. 지금도 누군가는 그의 삶을 떠올리며 다짐할 것이다. “나도 김장하처럼 살고 싶다.”

 

김장하 선생의 삶을 보고 나면, 어른이란 단어의 무게가 달라진다. 그는 가르치지 않았지만 모두가 배웠고, 드러내지 않았지만 모두가 기억한다. 그의 삶은 나눔의 선순환, 음덕의 바이러스, 그리고 진짜 어른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가장 강렬한 답이다. 우리가 ‘꼰대’에 지쳤을 때, ‘진짜 어른’의 존재는 더없이 소중해진다.
이제 김장하 선생을 알게 된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 받고도 감사하지 않아도 되는 나눔, 말없이 사라져도 기억되는 어른, 음덕으로 살아가는 삶을. 그의 조용한 품격이 당신의 삶에도 울림을 주길 바란다. 당신도 지금, 조용히 나눌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작성 2025.08.22 23:49 수정 2025.08.22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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