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참사 현장은 수많은 인명 피해로 국가적 충격을 안겼다. 그 중심에서 누구보다 먼저 구조와 수습을 지휘했던 한 소방관이, 사고 발생 약 3년이 지난 지금 결국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그의 이름은 박 모 씨(30). 참사의 기억은 그에게 끝나지 않는 고통이었고, 구조는 곧 상처였다.
경기도 안양의 한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박 소방관의 빈소는 21일 오전, 침통함 그 자체였다. 어머니는 아들의 비보를 듣고 실신했고, 가족들 역시 정신을 추스르지 못한 채 빈소를 떠난 상황이었다. 복도까지 울려 퍼지는 오열과 곡성은 고인의 고통만큼이나 주변인들의 상실감도 컸음을 보여줬다.
제복 차림으로 환하게 웃고 있는 고인의 영정 사진 앞에 선 한 유족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언니, 우리 애 어떡하면 좋아”라며 통곡했고, 주변의 조문객들도 눈물을 삼켰다. 한 동료 소방관은 “마지막까지 외롭지 않게 보내드리고 싶다”며 자리를 지켰다.
박 소방관은 참사 현장에 ‘반장’ 자격으로 가장 먼저 진입해 구조를 지휘했다. 그가 겪은 트라우마는 단순한 충격이 아니었다. 참사 후 약 두 달 동안 12회에 걸친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마음의 병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는 지인들에게 종종 “이 모든 일이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의 동생은 실종 직후 SNS를 통해 형의 상태를 알렸다. “형은 참사 당시 선두에서 지휘를 맡았고, 이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적었고, SNS는 이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박 소방관은 올해로 입직 9년 차였으며 인천소방본부 소속 구급대원으로 활동했다. 근육질 체형에 든든한 맏이였던 그는, 생전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했던 인물이었다. 10일 새벽, 그는 가족과 지인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긴 뒤 차량을 고속도로 갓길에 세운 채 실종됐다. 그의 마지막 흔적은 제2경인고속도로 남인천 요금소 인근이었다.
실종 열흘째인 20일, 박 소방관은 경기 시흥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동료들과 가족들의 애절한 수색과 전국적인 관심 속에서 끝내 그의 생명은 돌아오지 못했다.
그는 생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참사 당시의 충격을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희생자들을 옮기는데 감당이 안 됐다. 부모님은 내가 그 현장에 갔던 것만으로도 괴로워하시는데, 희생자 부모님은 어떤 심정일까… 이게 정말 현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구조자의 트라우마는 사회가 쉽게 간과해선 안 되는 문제다. 단순한 치료 회수나 상담으로 해결되지 않는 깊은 고통을 겪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음은 이번 사건이 시사하는 바다.
박 소방관의 사망은 단순한 개인적 비극이 아닌, 재난 현장에서 활동하는 구조대원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사회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묻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구조자가 겪는 ‘보이지 않는 상처’에 대한 공감과 제도적 지원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은 그를 잊지 말고, 남겨진 이들의 고통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