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키나와 가라테는 단순한 무술을 넘어 심신 수양과 정신적 수련을 강조하는 ‘도(道)’로 발전해 왔다. 그 근간에는 류큐 왕국 시절 지역적, 사회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세 가지 주요 계통이 있다.
바로 슈리테(首里手), 나하테(那覇手), 토마리테(泊手)이다.
이 세 흐름은 각기 다른 특성과 훈련 방식을 바탕으로 전승되며 오늘날 다양한 현대 가라테 유파의 뿌리가 되었다.
슈리테는 류큐 왕국의 정치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슈리성 일대의 사족 계층 사이에서 전해졌다. 이 유파의 가장 큰 특징은 짧은 순간에 힘을 집중시켜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검도의 공격 방식과 유사하게 기술의 속도를 중시하며, 훈련을 통해 무게감이 부족하더라도 속도로 그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 가능하다. 호흡법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불필요한 근육 사용을 최소화하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강한 공격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대표적 인물로는 슈리테의 시조로 불리는 마츠무라 소콘(松村宗昆)을 비롯해, 가라테를 학교 체육에 도입한 이토스 안코(糸洲安恒), 그리고 슈리테 전승에 큰 발자취를 남긴 아사토 안코(安里安恒)가 있다.
주요 품새(型)로는 나이환치(ナイハンチ), 밧사이(パッサイ), 쿠산쿠(クーサンクー)가 전해진다.
나하테는 국제무역항이었던 나하에서 발전한 계통으로, 중국 남파 무술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 유파의 핵심은 ‘산친(三戦)’ 형에서 비롯된 호흡법이다. 호흡을 바탕으로 신체의 움직임, 균형, 집중력, 지구력을 동시에 단련하며 근력과 민첩성을 길러낸다.
나하테는 특히 근접전을 강점으로 하며, 하체의 안정성과 상체의 손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특징을 보인다. 여기에 마키와라(巻藁), 치시(チーシ), 니기리카메(握力カメ) 등 다양한 보조 도구를 활용해 전신의 근력을 강화하는 훈련법도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시조는 히가시온나 칸료(東恩納寛量)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제자인 미야기 쵸준(宮城長順)은 훗날 고류(剛柔流)를 창시했다. 미야기 쵸준은 “사람을 때리지 않고, 맞지도 않으며, 아무 일 없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는 좌우명을 남기며 가라테의 평화적 철학을 강조했다.
대표적 품새는 산친(サンチン), 세이산(セーサン), 스파린페이(スーパーリンペイ)이다.
토마리 지역은 슈리와 인접한 항구 마을로, 왕부의 경호 임무를 맡은 무인들이 주둔하며 무술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토마리테는 슈리테와 나하테의 요소가 절묘하게 섞인 형태로 발전했다.
이 유파는 특히 빠른 발놀림과 날렵한 동작이 두드러진다.
시조로는 마츠모라 코사쿠(松茂良興作)가 전해지며, 그는 중국 표류민으로부터 무술을 배워 체계를 정립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오야마 유쿠(宇久嘉隆)와 테루야 키신(照屋規簸)이 토마리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대표적 품새에는 나이환치(ナイハンチ), 완스(ワンスー), 로하이(ローハイ)가 있다.
이 세 가지 역사적 흐름(슈리테, 나하테, 토마리테)은 오늘날 쇼토칸류(松濤館流), 고쥬류(剛柔流), 와도류(和道流), 시토류(糸東流) 등 주요 유파와 우에치류(上地流) 등의 오키나와 고유 유파를 포함한 다양한 현대 가라테 유파들의 뿌리가 되었다. 이들은 단순한 호신술을 넘어 심신 단련과 인격 형성을 추구하는 '도(道)'로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