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 변화 강박에서 벗어나기

‘계속 성장하라’는 사회적 명령의 정체

성장은 언제 피로가 되는가?

덜 해도 괜찮다는 확신: 피로사회 속 생존법

 

사진= AI 생성 (커리어온 뉴스)

 ‘계속 성장하라’는 사회적 명령의 정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이 말은 이제 개인의 좌우명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흐르는 무언의 규율이 되어버렸다. 매일 아침 스마트폰을 열면 수많은 사람이 운동, 공부, 업무, 루틴을 자랑한다.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은 오늘도 나를 책상 앞으로 몰아붙인다.

 

한때 ‘성장’은 자기 성찰과 회복, 나아짐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제 성장은 비교의 수단이 되었고, 타인보다 ‘앞서야만 하는 게임’이 되었다. 성장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을 경쟁으로 만든다. ‘성장하지 않으면 나는 무가치하다’는 인식은 우리를 스스로의 감시자가 되게 만든다. 쉬고 있는 나, 멍하니 있는 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는 ‘게으르고 낙오된 존재’로 해석된다.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압박 속에서 겨우 버티는 존재가 되어간다.

 

성장은 언제 피로가 되는가?

성장은 본래 피곤한 과정이다. 하지만 그 피로가 회복 없는 지속된 압박으로 변할 때, 그것은 ‘피로사회’로 연결된다. 사회학자 한병철은 그의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인은 더 이상 외부의 억압에 시달리지 않는다. 대신 ‘해야만 한다’는 자기 내면의 압박에 고통 받는다”고 말한다.


자기계발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라, ‘하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가 되었다. 성장 피로는 단순한 몸의 피곤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 뒤따르는 깊은 탈진이다. 그리고 이 피로는 어디에서도 멈출 수 없다. 휴식마저도 ‘생산적인 휴식’이어야 하며, 여행은 ‘콘텐츠’가 되어야 하며, 책 읽기는 ‘리뷰’로 남겨야 한다. 심지어 힐링조차 성취의 도구가 되며, 삶 전체가 ‘브랜딩’의 대상이 된다. 성장은 피곤한 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더 무서운 건, 피로하다는 사실조차 느낄 여유가 없는 상태다.

 

멈춤에 대한 죄책감과 무기력의 악순환

“요즘 나 왜 이렇게 아무것도 안 되는 느낌이지?”
이 문장은 많은 이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되뇌는 자기 비판이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까? 멈추고 쉬는 시간에도, 우리는 불안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이대로 멈춰버릴까 봐’, ‘남보다 뒤처질까 봐’ 괜히 조급해진다. 결국 쉬는 중에도 마음은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휴식이 회복이 아니라, 불안과의 전투가 된다.

 

그러다 무기력이 찾아온다. 몸은 지쳤는데, 멈추면 죄책감이 든다. 그래서 억지로 무언가를 시작하지만, 에너지가 따라주지 않아 쉽게 지치고 포기한다. 그러면 다시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없지?”라고 자책한다. 이런 악순환은 성장을 위한 에너지를 갉아먹는 자기혐오의 고리를 만든다. 성장은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성장하려고’ 한다.

 

덜 해도 괜찮다는 확신: 피로사회 속 생존법

성장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하지만 그 성장이 ‘해야만 하는 의무’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것에 짓눌린다. 이 피로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첫 번째 전략은 “덜 해도 괜찮다”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성장의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더디다고 해서 실패는 아니다. 때로는 멈추는 것이 성장이다. 쉬는 동안 내면이 자라고, 멈춘 시간에 관점이 바뀐다.

다음은 성장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 전략이다:
성장 지표 재설정하기
→ 결과 중심이 아닌 ‘내가 나에게 집중했는가’로 성장의 기준을 바꿔보자.
의미 없는 루틴은 과감히 덜어내기
→ 해야 하니까 하는 루틴은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지금의 루틴이 나에게 진짜 필요한지 점검하자.
“하지 않음”의 용기 갖기
→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계획적으로 만들자. 휴식도 일정으로 넣을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속도와 비교하지 않기
→ 타인의 성장은 타인의 이야기일 뿐이다. 그 이야기를 내 기준 삼으면 내 삶은 사라진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다

성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믿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너무 자주 지금의 나를 무시하며 산다. 하지만 당신이 이미 버텨온 시간, 감당해온 선택들,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날들이 ‘성장의 증거’다. 더 해야 한다는 강박보다, 지금까지의 나를 인정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이 정도면 잘하고 있어”라는 말, 그 누구보다도 당신이 당신에게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을 진심으로 믿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성장’이 아닌 ‘존재’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작성 2025.09.12 16:45 수정 2025.09.12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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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