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국군의 날'을 둘러싼 역사적 정체성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현행 10월 1일이 한국전쟁 중 국군이 38선을 돌파한 날을 기념하는 반면,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한국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을 새로운 국군의 날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광복군 창설, 독립 의지의 상징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중화민국 충칭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으로 창설되었다 . 이는 1919년 수립된 임시정부가 자주적인 독립 투쟁을 위한 군사력을 갖추고자 했던 오랜 열망의 결실이었다. 당시 한국독립당의 당군인 한국독립군을 비롯해 만주 지역의 독립군들이 지청천, 이범석 장군의 지휘 아래 결집하며 탄생한 광복군은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조국의 해방을 목표로 활동했다 .
특히 중국 국민정부 장제스 총통의 지원 속에서 항일 투쟁을 펼쳤으며, 미군 CIA의 전신인 OSS와 연합하여 국내 진공 작전을 준비하는 등 국제적 협력 속에서 독립 운동을 주도했다 . 이들의 정신은 김구 주석이 선포한 광복군 선언문에 담겨 있듯, 자유와 평등을 향한 한민족의 굳건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상징이었다 .
현행 '국군의 날'의 의의와 그 한계
현재 대한민국 '국군의 날'은 1950년 10월 1일, 한국전쟁 당시 국군이 38선을 돌파하며 반격의 전환점을 마련했던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지정되었다 . 이는 당시 공산 침략에 맞서 나라를 지켜낸 국군의 용맹을 되새기는 중요한 날로 기능해 왔다.
그러나 임시정부의 법통을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건국 이념과 군의 기원을 고려할 때, 해방 이전에 조직된 독립군 정신을 더욱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0월 1일이 엄중한 안보 현실 속에서 군의 사기를 진작하는 의미가 크지만, 그 역사적 뿌리를 한반도 분단 이후의 사건에만 한정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군의 뿌리, 민족적 정체성 확립의 기로
일부 시민사회 및 학계에서는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을 '국군의 날'로 재지정함으로써 헌법 정신을 실현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이는 단순히 기념일을 변경하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 국군의 정통성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를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다.
광복군의 희생과 헌신을 통해 이어져 온 독립 정신이야말로 오늘날 대한민국 국군이 계승해야 할 진정한 뿌리라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국군의 날' 재지정 여부가 국가적 논의의 장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