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와 떨어져 살아도 동일 가구로 묶이는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 때문에 생활고를 겪는 청년이 많다는 지적이 이어져온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일부 지역에서 청년을 별도 가구로 인정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한다.
보건복지부는 9월 15일부터 부모와 분리 거주하는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생계급여를 별도 지급하는 제도 개선 모의 적용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 사업은 인천 계양구, 대구 달서구, 강원 철원군, 전남 해남군 등 4곳에서 6개월간 운영된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 단위 보장 원칙을 적용해 30세 미만 미혼 자녀를 부모와 동일 가구로 간주하는데, 이 때문에 청년이 독립해 살아도 생계급여는 부모에게만 지급되며, 부모가 생활비를 보내주지 않으면 청년은 사실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에 놓였다.
사례는 적지 않다. 자립을 위해 분가한 청년이 구직 활동과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해 빈곤에 빠지거나, 부모의 알코올 중독·폭력 등으로 가정을 떠난 뒤에도 별도 가구로 인정받기 위해 경찰 신고 등 과도한 증빙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기에, 결과적으로 가장 도움이 절실한 청년이 제도 사각지대에 내몰려왔다.
복지부는 이번 모의 적용을 통해 19세 이상 30세 미만 청년이 신청하면 부모와 별도 가구로 인정해 급여를 분리 지급한다. 소득·재산이 없는 가정을 기준으로 할 경우, 기존 3인 가구 생계급여 약 160만 원이 부모 2인 가구와 청년 1인 가구로 나뉘어 지급된다.
또 비수급 빈곤 청년도 적극 발굴할 계획인데, 지금까지는 중증장애인, 미혼부모, 가정폭력 피해자 등 제한적 상황에서만 별도 가구 인정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사실상 단절된 청년도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부모 도움을 받지 못해 생계 위기에 놓인 청년을 지원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시범 적용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험적 제도 개선 결과는 내년 2월까지 평가되며, 이후 본 제도화 여부가 검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