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꾸로 마음의 숲 2
도윤은 놀라움에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심장이 쿵쾅, 쿵쾅 뛰고 있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울림이 느껴졌습니다.
그때, 작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하얀 토끼가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토끼는 뒤로 걸으며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입을 열었습니다.
“뒤집힌 곳에 온 걸 환영해. 여기는, 거꾸로 마음의 숲이야.”
“거꾸로 마음의 숲?”
도윤이 되묻자, 토끼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여기선 진짜 감정을 찾을 수 있지. 네가 잃어버린 것 말이야.”
도윤은 멈칫하며 토끼를 바라보았습니다.
“진짜 감정? 그게 무슨 뜻이야?”
토끼는 뒤로 걷던 발걸음을 멈추고, 거꾸로 된 귀를 쫑긋 세웠습니다.
“너는 웃어야 할 때 울고, 울어야 할 때 웃지. 그렇지?”
도윤의 눈이 커졌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아?”
토끼는 장난스럽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습니다.
“여긴 네 마음의 숲이니까. 네가 모른 척해 온 감정이 다 숲에 숨어 있지.”
도윤은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정말 내 마음이 만든 숲일까?’
토끼가 도윤의 손을 끌었습니다.
“와. 나랑 같이 가보자. 숲 속엔 너를 기다리는 존재들이 있어.”
도윤은 잠시 머뭇거리다 파란 운동화를 끌고 따라갔습니다.
길 양옆에는 거꾸로 자란 나무들이 마치 천장을 향해 춤추듯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자,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하하하하—”
올려다보니, 구름들이 얼굴을 활짝 펴고 소리 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웃고 있어?”
도윤이 놀라 묻자, 토끼는 태연하게 대답했습니다.
“여기선 다 거꾸로니까. 하늘조차 네 마음을 따라 웃지.”
조금 더 걸었을 때, 이번에는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었습니다.
그런데 햇살은 울고 있었습니다.
빛방울들이 눈물처럼 뚝뚝 떨어져 도윤의 어깨를 적셨습니다.
“햇살이 울고 있어.”
도윤은 눈을 크게 떴습니다.
햇살은 흐느끼듯 말했습니다.
“나는 늘 밝게 빛나야 해서 힘들어. 하지만 사실은 너무 지쳐.”
도윤은 가슴이 아릿해졌습니다.
‘햇살도 내 마음 같구나. 웃으면서도 울고 있었어.’
토끼는 살며시 도윤을 바라봤습니다.
“네가 이해하잖아. 그래서 이 숲이 널 부른 거야.”
숲길을 조금 더 들어가자, 작은 돌멩이들이 도란도란 노래하고 있었습니다.
“라라라~ 슬픔도 기쁨도 모두 노래야~”
돌멩이들의 목소리는 맑고 투명했습니다.
도윤은 한참 동안 귀 기울였습니다.
“왜 돌멩이들이 노래해?”
“누군가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면, 이렇게 땅에서 목소리가 튀어나오지.”
토끼가 대답했습니다.
도윤은 숨을 고르며 속삭였습니다.
“내 마음도 눌려 있었을까?”
돌멩이 하나가 반짝이며 노래했습니다.
“그렇지! 그래서 네가 여기 온 거야.”
길 끝에 이르자, 넓은 호수가 보였습니다.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이고 있었습니다.
토끼가 발걸음을 멈추며 말했습니다.
“여기가 ‘울음의 연못’이야.”
도윤은 천천히 연못가로 다가갔습니다.
물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그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동시에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건 나?”
가슴이 먹먹해져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토끼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 연못은 네가 감춰 온 진짜 얼굴을 보여주지. 아직 시작일 뿐이야.”
도윤은 심장이 불안하게 뛰는 걸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