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가라테] 07. 품새(型), 오키나와 가라테 – 무술의 본질과 철학을 담다

류큐 왕국 시대부터 이어진 형의 역사와 체계화 과정

친쿠치·가마쿠·무치미, 오키나와 가라테 고유 신체 조작 원리

스포츠화 논란 속 ‘형’의 보존과 전통 가라테의 과제

ⓒOCVB

오키나와 가라테에서 '품새(型)’는 단순한 동작의 집합이 아니라, 무술의 정수와 철학을 담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수련자의 심신을 단련하고, 가라테 본래의 의미를 깨닫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류큐 왕국 시절 무기 소지가 금지되자 오키나와에서는 맨손 호신술인 ‘테 또는 티(手)’가 발달했다. 이후 중국 무술의 영향을 받아 ‘토우데(唐手)’라는 명칭을 거쳐 현대의 ‘가라테(空手)’로 정착했다. 특히 이토스 안코(糸洲安恒)는 가라테를 학교 교육에 도입하며 ‘품새’의 체계화를 강조했다. 이때부터 형은 기술 보존과 전승의 필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품새는 가상의 적을 상정해 막기, 찌르기, 차기, 잡기, 던지기, 관절기 등 모든 공방 기술을 종합적으로 표현한다. 이를 통해 수련자는 집중력, 지구력, 민첩성, 호흡 조절 능력을 고르게 기를 수 있다.

 

또한 품새에는 오키나와 가라테만의 독특한 신체 조작 원리가 응축돼 있다.

친쿠치(チンクチ): 등과 옆구리를 조여 순간적인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원리

가마쿠(ガマク): 허리와 엉덩이의 힘으로 안정성과 추진력을 확보하는 방법

무치미(ムチミ): 무겁고 끈적한 손의 움직임으로 상대에게 밀착해 힘을 전달하는 기술

 

이러한 원리는 단순한 근력(筋力)을 넘어서, 몸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효율적이고 폭발적인 숙련된 힘(力)을 길러낸다. 이를 위해 마키와라(巻藁), 치시(チーシ), 사시(サーシー), 니기리카메(握力カメ) 같은 전통 도구가 활용되고, 정확한 호흡법이 힘의 전달과 충격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품새는 언제나 ‘막기’ 기술로 시작한다. 이는 “가라테에 선제공격은 없다(空手に先手なし)”는 정신을 반영한다. 즉, 불필요한 싸움을 피하고 방어를 우선시하는 평화주의적 철학이다. 나아가 품새는 단순히 기술의 완성을 넘어 자기 절제·겸손·인격적 성숙을 추구하는 수련의 길이기도 하다. 이를 ‘궁도 무한(究道無限)’, 즉 가라테를 배우고 닦아가는 길은 끝이 없다 라는 철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 가라테는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며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러나 경기 중심의 ‘스포츠 가라테’는 퍼포먼스와 승리에 초점을 두면서, 전통 ‘품새’가 지닌 본래 의미가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통을 중시하는 고수 히가온나 모리오(東恩納盛男)와 다카미야기 시게루(高宮城繁)는 경기를 위해 품새가 변형될 경우, 고유의 리듬과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오키나와에서는 ‘가라테 원점 회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오키나와현은 품새를 포함한 가라테와 고무도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오키나와 가라테 회관을 설립해 전통 계승과 보존에 힘쓰고 있다.

 

품새는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전해져야 할 문화적·철학적 유산이다. 오랜 세월 쌓인 무술의 정신과 지혜가 담긴 품새는, 미래를 위한 이정표이자 청사진이다. 스포츠화의 흐름 속에서도 이 가치를 지켜내는 것이 곧 오키나와 가라테의 본질을 보존하는 길이다.

 

품새는 오키나와 가라테를 단순한 신체 수련이 아닌 문화적·철학적 유산으로 확립시킨 핵심이다. 이를 통해 현대적 변화 속에서도 무도의 본질을 지키고, 전통과 스포츠 가라테의 균형을 모색할 수 있다.

 

 

 

작성 2025.09.15 11:53 수정 2025.09.1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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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