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의정 갈등' 복귀 이후

알아두면 득이 되는 의학 상식

전공의 복귀 남겨진 질문들 붕괴된 신뢰와 책임 공방

'자리를 지킨' 의료진의 멍에: 조롱과 마녀사냥의 그늘

픽사베이-출처

[심층 분석] '의정 갈등' 휴전 이후, 남겨진 질문들: 붕괴된 신뢰와 책임 공방

 

자리 지킨 의료진은 조롱당하고, 환자들은 죽음 위기에… '대승적 판단'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수개월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의료계와 정부 간의 갈등이 잠정적인 휴전 상태에 들어섰다. 병원을 떠났던 전공의들이 하나둘씩 복귀하고, 위태로웠던 의료 현장은 표면적으로나마 안정을 찾아가는 모양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한 대승적 판단"이었다고 평가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국민들의 고통과 의료계 내부에 남겨진 깊은 상처는 봉합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과연 이번 갈등은 온전히 끝난 것일까? 그리고 그 기간 동안 발생한 모든 비극의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가?

 

1. '자리를 지킨' 의료진의 멍에: 조롱과 마녀사냥의 그늘

 

의정 갈등의 가장 비극적인 이면은 환자 곁을 묵묵히 지켰던 의료진들에게 가해진 무차별적인 조롱과 공개 저격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사이, 남은 교수들과 일부 전공의, 그리고 간호사들은 24시간을 넘나드는 살인적인 근무 환경 속에서 필수의료와 응급실을 사수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부에서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신상털기와 함께 모욕적인 언사가 이어지는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다.

 

익명성이 보장된 커뮤니티에서는 "돌아온 개돼지", "이탈 안 한 놈들 리스트" 등의 게시물이 올라왔고, 심지어 동료들을 향해 "복귀해 복수하자"고 겁박하는 듯한 글도 올라왔다. 이러한 행위는 단순한 의견 표출을 넘어, 동료들의 사기를 꺾고 이들을 심리적 외상에 빠뜨리는 잔혹한 폭력이었다. 의사들의 직업적 윤리관을 두고 벌어진 이 갈등은, 결국 '동료 의식'마저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제 전공의들이 책임 추궁 없이 복귀하면서, 마녀사냥을 주도했던 이들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게 되었다.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의료진들은 이들에게 사과를 받기는커녕, 침묵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의료계 내부의 깊은 불신과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었으며, 이는 미래에도 잠재적 위협 요소로 남을 것이다.

 

2. '국민 건강 악화'의 책임 공방: '뺑뺑이 응급실'의 비극

 

의정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바로 국민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제때 치료받지 못한 환자들이 죽음의 문턱까지 내몰리는 비극적인 상황이 연일 보도되었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과연 이 상황이 벌어진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정부의 책임: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불법적인 것"이라며 의사들의 행동에 전적으로 책임을 물었다. 의료 공백 상황에 대한 철저한 대비 없이 강경책만을 고수했으며, 대화와 타협을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국민들은 정부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보다 '의료 개혁'의 명분을 내세우며 갈등을 장기화시켰다고 보고 있다.

 

의료계의 책임: 의사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항변하지만,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집단행동이 과연 윤리적으로 정당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끊이지 않는다. 특히,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우면서 응급실과 수술실이 마비된 것은 그 어떤 명분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였다. 환자 중심의 의료 윤리보다는 전공의 이익을 우선시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결국, 국민들은 정부와 의료계 모두에게 신뢰를 잃었다. 자신들의 권리와 명분을 위해 싸우는 동안, 가장 중요한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뺑뺑이 응급실'의 비극은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채, 잊혀지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3. '대승적 판단'인가, '책임 회피'인가: 붕괴된 신뢰

전공의들의 복귀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을 위한 대승적 판단"이라고 포장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이를 '대승적 판단'이 아닌 '명분 없는 복귀' 또는 '책임 회피'로 바라보고 있다. 핵심 쟁점이었던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합의 없이 이뤄진 복귀는 언제든 갈등이 재점화될 수 있는 불안한 씨앗을 남겼다.

 

책임 물음 없는 복귀의 문제점: 이번 사태는 전공의들에게 '집단행동을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잘못된 선례를 남겼다. 이는 향후 또 다른 의사 집단행동의 가능성을 열어두었으며, 의료계 내부의 규율과 윤리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들은 응급실 뺑뺑이로 고통받고 심지어 사망에 이른 환자들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묻지 않고 복귀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깊은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신뢰 회복의 과제: 의정 갈등을 통해 가장 크게 붕괴된 것은 바로 '국민과 의료계 간의 신뢰'다. 

의료인은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존재라는 절대적인 믿음이 흔들렸다. 이 신뢰는 그 어떤 제도적 개혁보다 중요한 기반이다. 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의료계 스스로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본연의 윤리적 가치를 되새기고, 정부는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닌 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의정 갈등은 일단 봉합되었지만, 그로 인한 상처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 깊게 남아 있다.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의료진의 상처와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채 죽음으로 내몰렸던 환자들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붕괴된 신뢰를 회복하고, 더 이상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표면적인 갈등을 봉합하는 것을 넘어,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과 윤리 의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승적 판단'이라는 미명 아래 숨겨진 다음 갈등은 더 큰 비극을 낳을 것이다.

 

작성 2025.09.15 15:00 수정 2025.09.1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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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