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골때녀' 편파 판정, '문체부 조사' 칼날 위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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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은 '경기 기록지'까지 조작했나

명백한 반칙은 묵살하고 엉뚱한 선수에게 경고… 예능의 민낯 드러낸 비극

SBS 출처

[심층 취재] '골때녀' 편파 판정, '문체부 조사' 칼날 위에 서다: 제작진은 '경기 기록지'까지 조작했나?

 

구척장신-원더우먼전, 명백한 반칙은 묵살하고 엉뚱한 선수에게 경고… 예능의 민낯 드러낸 비극

 

수개월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이 '시청률 지상주의'의 민낯을 드러내며 거센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프로그램 제작진의 '경기 조작' 의혹은 단순한 편집 문제를 넘어, 심판 판정의 공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으로 번졌고, 결국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조사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초래했다. 

 

특히, 구척장신과 원더우먼 팀의 경기에서 불거진 편파 판정과 이어진 경기 기록지 조작 의혹은 이 사건이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스포츠 정신을 훼손한 중대한 문제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 논란의 발단: "명백한 반칙 묵살"과 '마녀사냥식' 판정

 

문제의 발단은 구척장신과 원더우먼의 경기에서 불거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서 비롯되었다. 

 

경기 중 구척장신 팀원들이 상대편 골키퍼의 시야를 손으로 가리고 신체를 잡는 등 명백한 파울 수준의 반칙을 연이어 행했음에도 심판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는 축구의 기본 규칙을 위반하는 명백한 반칙 행위로, 정상적인 경기라면 경고나 페널티를 받아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원더우먼 팀의 조재진 감독이 직접 나서서 심판진에 강하게 항의했지만, 그의 항의는 묵살되었다.

더욱이, 해설자마저 "정당한 몸싸움이지 반칙은 아니다"라며 편파적인 발언으로 구척장신 팀을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심판의 권위가 방송국의 연출 의도에 종속되었다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것은 방송 후 공개된 경기 기록지였다. 

 

기록지에 따르면 후반 12분 원더우먼 팀의 마시마 선수가 경고를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해당 방송분에서는 마시마의 경고가 납득될 만한 그 어떤 경기 장면도 등장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명백한 반칙을 행한 것은 구척장신 팀임에도, 정작 경고를 받은 선수는 원더우먼 팀의 선수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는 단순히 '오심'을 넘어, 경기 기록 자체를 조작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며 '방송사기'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2. 시청률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 스포츠의 본질 훼손

 

이번 사태는 과도한 시청률 경쟁이 낳은 비극이자, 스포츠라는 본질을 외면한 방송국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역전승'과 '극적인 드라마'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에 사로잡혀, 공정성을 담보로 한 무리한 연출을 감행했다. 이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높일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결국 프로그램의 근간을 뒤흔드는 자충수가 되었다.

 

'연출된 진실'의 배신감: 시청자들은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선수들이 흘리는 땀과 눈물을 보며 진정한 감동을 느꼈다. 

그러나 그들의 순수한 노력이 제작진의 각본과 연출에 따라 좌우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깊은 배신감과 함께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 이는 예능이 현실의 진정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방송 윤리의 경계 붕괴: 이번 사건은 예능과 스포츠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허물었다. 스포츠의 공정성이라는 신성한 가치를 예능의 흥행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하는 행위는 방송 윤리를 위반한 것이다. 이는 올림픽 경기에서 특정 국가를 위해 심판이 편파 판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심각한 문제다.

 

3. '문체부 조사'의 칼날: 단순 방송 사고 넘어선 사회적 문제

 

'골 때리는 그녀들' 논란이 심화되자, 결국 문체부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이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예능 프로그램의 방송 사고를 넘어, 국민 정서를 크게 훼손하고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린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었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개입: 문체부의 조사는 방송 제작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그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정부가 개입할 수밖에 없었다는 방증이다. 이는 향후 방송 콘텐츠 제작에 있어 공정성과 윤리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작용할 것이다.

 

불신 사회의 반영: 시청자들은 방송국 자체의 조사와 사과로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고 정부에 직접적인 조사를 요구했다. 이는 이미 방송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음을 보여주는 씁쓸한 단면이다.

 

4. 재발 방지를 위한 책임과 과제: 신뢰 회복의 첫걸음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방송국 모두의 진정한 반성과 구체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책임 있는 사과: 제작진은 단순히 '편집 순서'에 대한 사과를 넘어, 경기 판정 논란과 기록지 조작 의혹에 대해 명확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과해야 한다.

 

심판의 독립성 보장: 향후 '골 때리는 그녀들'과 같은 스포츠 예능을 제작할 때는 심판의 권한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심판은 방송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전문가 집단이어야 하며, 그들의 판정은 어떠한 경우에도 제작진의 연출 의도에 따라 번복되거나 수정되어서는 안 된다.

 

투명한 정보 공개: 경기 종료 후, 모든 경기 기록지와 주요 장면의 원본 영상을 편집 없이 공개하여 시청자들의 검증을 받는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골 때리는 그녀들' 사태는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의 논란을 넘어, 방송의 공정성과 윤리 의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스포츠의 본질은 진정성에 있으며, 이 진정성이 훼손될 때 시청자들은 감동을 잃고 분노하게 된다. 이번 문체부 조사를 계기로 제작진은 시청자들에게 다시 한번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그 기회를 잡는 유일한 길은, 오만함을 버리고 스포츠의 공정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자세를 보이는 것뿐이다.

작성 2025.09.15 16:24 수정 2025.09.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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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