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파울루=글로벌다이렉트뉴스] —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뉴욕타임스에 기고문을 발표하며 미국과의 무역·외교 갈등에 정면 대응했다. 룰라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옹호하며, 미국의 50% 관세 부과와 정치적 압박에 강하게 반발했다.
"역사적 판결, 민주주의 지킨 것"
룰라는 지난 9월 14일자 기고문에서 브라질 대법원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쿠데타 모의 혐의로 유죄 판결한 것은 “마녀사냥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킨 역사적 판결”이라고 강조했다. 보우소나루는 다섯 개의 혐의 모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27년 3개월 형을 선고받았으며, 변호인단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룰라는 "재판은 1988년 헌법에 따른 절차에 근거한 것"이라며, 군사독재 이후 복원된 브라질 민주주의의 성과임을 강조했다.
트럼프의 압박과 관세 갈등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매우 놀랍다"고 평가하며 "마녀사냥"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는 “미국은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룰라는 미국이 지난 여름 부과한 50% 관세를 “정치적이고 비합리적인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미국이 브라질과의 교역에서 4,10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하며, 관세 부과는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룰라는 미국 정부가 보우소나루 재판을 주도한 대법관에게 마그니츠키법을 적용해 제재를 가한 것은 사법 독립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민주주의·주권 선 긋기
룰라는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며 “브라질은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도 “민주주의와 주권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또한 그는 미국 정부가 브라질 사법부의 인터넷 규제와 미 기술기업 제재를 ‘검열’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서도 반박하며, “브라질 사법부는 정당하게 온라인 공간을 규제했다”고 밝혔다.
미·브라질 관계의 긴장
브라질과 미국 관계는 보우소나루 집권 시절 트럼프와의 개인적 친분 속에 밀접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민주주의와 무역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번 충돌은 브라질 사법부의 판결과 미국의 경제 압박이 맞물리며 양국 관계를 새로운 시험대로 끌어올린 상황이다.
GDN VIEWPOINT
이번 사안은 미·브라질 관계가 단순한 무역 갈등을 넘어, 민주주의와 사법 독립, 국제정치의 힘겨루기가 교차하는 지점임을 보여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우소나루 판결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경제 압박을 강화하고 있지만, 룰라는 이를 정면 돌파하면서 국제사회에 브라질 민주주의 수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양국 관계는 안보·무역 협력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와 주권 문제에서 타협 없는 대립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흔들리는 신호이자, 룰라가 자국 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카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