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의 나침반, 전준석] 5만 원의 진실, 밥 한 끼가 만든 청렴의 기준

청렴으로 읽는 세상의 방향, 전준석 칼럼

 

 

 

사진출처: ChatGPT

 

“야, 오늘은 내가 살게.”

식사 자리가 끝나고 계산서를 받아 들었을 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1인당 6만 원. 나는 35년 동안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크고 작은 사건을 다뤄왔고, 특히 감사실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며 청렴과 부패 문제를 직접 다루어왔다. 수많은 사례를 지켜봤던 나로서는 이 자리 하나가 어떤 파문을 불러올 수 있는지 너무나 선명하게 떠올랐다.

 

공직사회에서 청탁금지법은 이제 상식이 되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라는 유혹이 존재한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사례 중에는 지인이 마련한 식사 자리가 허용 한도를 넘어 곤란을 겪은 경우가 많다. 법은 단순히 금액을 따지지 않는다. 직무 관련성, 대가성, 그리고 사회적 오해 소지까지 함께 본다. 나는 감사실 근무 시절, “식사 한 번이 뭐 그리 대수냐”는 말로 변명하던 동료가 징계 절차에 들어가며 무너지는 모습을 여러 차례 지켜봤다.

 

 

사진출처: ChatGPT

 

비슷한 사례는 선물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추석, 한 공무원이 지인으로부터 28만 원 상당의 한우 세트를 받았다. 명절 농수산물 선물은 30만 원까지 허용되므로 법 위반은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공무원은 평일에 20만 원짜리 과일 바구니를 받았다가 징계를 받았다. 똑같은 선물인데도 시기와 상황이 달라 합법과 불법으로 갈리는 것이다. 나는 교육 현장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항상 강조했다. “법을 잘 모르면 선의로 받았다가도 범법자가 될 수 있다.”

 

 

 

사진출처: ChatGPT

 

더 아픈 사례도 있다. 한 교사가 학부모에게서 받은 10만 원짜리 상품권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현금성 선물은 금액과 상관없이 금지된다는 기본 원칙조차 모르고 있었다. 결국, 학부모와 교사 모두 곤란한 상황에 놓였다. 내가 인권 담당 업무를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순간은, 이런 무지 때문에 오히려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상처를 받는 경우였다. 법은 억지로 사람들을 옭아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정성을 지키고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35년의 경찰 생활을 돌아보면, 청렴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에서 비롯된다. 감사실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유혹과 변명을 마주했지만, 끝내 원칙을 지킨 동료들은 지금도 존경받고 있다. 반면,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순간의 선택으로 명예를 잃은 사례도 너무 많이 봐왔다. 그 차이를 만든 것은 돈이 아니라 태도였다.

 

밥 한 끼의 무게가 이렇게 클 수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만을 위한 법이 아니다. 언론인, 교사,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지켜야 할 신뢰의 규칙이다. 다음번 누군가가 밥을 사주겠다고 할 때, 이렇게 자문해 보자. “혹시 이 자리가 오해를 불러오진 않을까?” 그 짧은 물음 하나가 나를 지키고, 조직을 지키며, 결국 사회 전체의 신뢰를 지켜낸다. 진정한 친구라면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않는다. 청렴은 나를 지키는 방패이자, 우리 사회의 나침반이다.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를 취득하고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 후 총경으로 퇴직하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 있으면서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에서 법정의무교육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의 분야는 리더십과 코칭,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예방, 양성평등, 인권예방, 자살예방, 장애인인식개선, 학교폭력예방 등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가 있다.

작성 2025.09.15 20:58 수정 2025.09.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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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