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엄마 하늘을 바라보다 엄마를 부르다

잿빛 하늘과 공원 벤치에서 시작된 한 권의 기록

낭송의 떨림이 관객의 눈물로 번진 그날의 울림

시와 일상이 만나는 지점에서 되살아난 위로

[세종시뉴스닷컴[ 이윤쥬작가의 '하늘을 바라보다 엄마를 부르다 ⓒ 박서연작가

그리운 엄마를 부르는 목소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에 커진다. 저자는 텅 빈 공원 의자에서 구름을 보며 엄마를 떠올렸다. 그날 이후 시는 일상의 숨이 되었고, 낭송은 마음을 건너는 다리가 되었다. 책은 그리움과 기억을 조용한 문장으로 엮는다. 시처럼 짧고, 삶처럼 단단하다. 이 첫 단락에는 그리운 엄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독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나는 저자를 인터뷰하듯 물었다. 하늘을 바라보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는 말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구름 사이로 얼굴이 보일 것 같아서. 비가 시작되면 품처럼 포근해져서. 그래서 흐린 날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고 한다. 마음이 젖어도 견딜 수 있다고 했다. 낭송 무대에서 그리운 엄마를 읽던 날, 첫 줄에서 목이 메었다고 했다. 멈춤은 부끄러움이 아니었다. 진심이 도착했다는 신호였다.

 

현장에 있었던 관객을 다시 만나봤다. 그는 조용히 손수건을 접었다. 사회자의 눈가도 젖어 있었다고 기억한다. 한 줄의 시가 각자의 상처를 두드렸다. 누군가는 나비를 떠올렸고, 누군가는 코스모스를 떠올렸다. 꽃과 나비는 돌아오는 방식이었다. 떠났지만 사라지지 않은 존재가 남기는 흔적이었다. 그래서 책은 시와 현실이 맞닿는 지점을 오래 응시한다. 읽다 보면 비가 그친 뒤의 공기처럼 마음이 가벼워진다.

 

저자는 전자책을 수백 권 써온 작가다. 동시에 오래 현장을 걸어온 기록자다. 화려함보다 일상의 결을 붙잡아 왔다. 이번에는 한 편의 시에서 시작했다. 그리운 엄마를 낭송하며, 스스로 울음을 숨기지 못했다. 울컥함은 약함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증거였다. 관객은 그 멈춤을 들었다. 침묵 속에서 각자의 엄마를 떠올렸다. 낭송은 기술보다 진심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된 순간이었다.

 

책의 장면은 또렷하다. 공원 벤치에서 시작된 상념. 꽃집 앞에서 멈추는 발걸음. 어깨에 내려앉던 작은 나비. 김이 오르는 된장국과 손의 기억. 그 온기는 지금도 삶을 버티게 한다. 그리운 엄마는 시간의 다른 이름이 된다. 오래될수록 더 깊어진다. 그래서 책은 서둘지 않는다. 문장을 짧게 다듬고, 호흡을 길게 남긴다. 독자는 그 호흡 사이에서 자신의 시간을 꺼낸다. 오늘을 살아낼 작은 빛을 얻는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면 이 책은 곁이 된다. 시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낭송의 떨림이 마음으로 들어가면 누구나 이해한다. 보고 싶다는 말의 무게를. 꿈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간절함을.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유를. 그리운 엄마라는 말이 입술에 맴돌 때, 책의 문장은 조용히 등을 토닥인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이렇게 덧붙였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기억은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하늘을 본다. 그리운 엄마를 조용히 부른다. 우리도 알고 있다. 하늘은 말이 없지만, 마음은 언제나 도착한다.

 


 

작성 2025.09.16 20:48 수정 2025.09.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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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