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사직동 “현피아노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벽면을 가득 메운 아이들의 공연 사진이다. 작은 손으로 건반을 누르던 순간, 무대 위에서 박수를 받던 장면들이 한 장 한 장 액자와 폴라로이드 속에 담겨 있다.
![]() ▲ 2025년 KT&G 상상마당 야외 버스킹 시작전 파이팅 외치기 © 현피아노 스튜디오 |
이곳은 흔히 떠올리는 ‘진도 위주’의 피아노 학원과는 결이 다르다. 김현지 원장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악보 읽는 법과 손가락 주법을 가르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며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피아노를 일생 동안 곁에 두는 반려 악기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저희 학원은 다소 특별한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주 2회 또는 주 3회와 같이 일정한 시간표에 따라 수업이 진행됩니다. 누구나 수시로 드나드는 자유로운 형태가 아니라, 정돈된 리듬과 체계 속에서 아이들이 음악을 배워갑니다.”
![]() ▲ 현피아노 스튜디오 내부 전경 © 현피아노 스튜디오 |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진도 중심 교육이 아니라 연주 중심 교육이라는 점이에요. 한 달 안에 여러 곡을 완성해 무대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지도합니다. 아이들이 곡을 끝까지 마무리해 무대에서 자신 있게 연주하는 순간, 음악은 더 이상 숙제가 아니라 즐거움이 되죠.”
![]() ▲ 밀락더마켓 버스킹 © 현피아노 스튜디오 |
김현지 원장이 지금의 스튜디오를 열기까지는 긴 과정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홈레슨으로 학생들을 지도했다. 아이들이 집으로 찾아와 수업을 받고, 때로는 부모가 동행해 대기하는 일상은 7년 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자, 집이 온전히 가정의 공간으로 기능하기 어려워졌다.
![]() ▲ 현피아노 스튜디오 내부 전경 © 현피아노 스튜디오 |
“사춘기 아들이 있는 집에서 하루에도 여러 제자들이 드나들다 보니,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거실은 어느새 피아노 연습실로 변해 가족들이 온전히 휴식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이에 독립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깊이 깨닫고, 사직동에 아담한 스튜디오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더 많은 아이들을 품을 수 있었으며, 제 교육 철학 또한 본격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습니다.”
▲ 사진 © 현피아노 스튜디오 |
스튜디오 개원은 단순히 공간을 옮기는 일이 아니었다. 김 원장은 ‘피아노만 전문으로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다른 악기와 병행하지 않고, 오직 피아노 전공 교육에 집중한다. 그 덕분에 학원의 색깔이 명확해졌고, 학생과 학부모들은 피아노 교육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현피아노 스튜디오의 가장 큰 특징은 아이들이 무대에 서는 경험을 반드시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아이들에게 ‘버스킹’과 ‘대형 공연’을 적극적으로 기획해왔다.
▲ Kt&G 상상마당 야외버스킹 © 현피아노 스튜디오 |
“보통 학원 연주회는 문화회관을 대관해 한 번 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이 실제 무대에서 연주하면서 얻는 성취감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KT&G 상상마당 어린이날 기념 무대에 2년 연속 참여했고, 영도의 대형 피아크 카페에서는 크리스마스 공연을 했습니다. 밀락더마켓과 북구청 행사,부산시민공원에서도 버스킹을 진행했죠.
▲ 부산시민공원 버스킹 © 현피아노 스튜디오 |
전공자들도 서기 힘든 무대에 취미로 배우는 아이들이 설 수 있다는 건 대단한 경험이에요. 아이들이 무대에서 박수받으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순간, 음악은 단순한 과제가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됩니다.”
올해는 한층 특별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다. 현피아노 스튜디오는 CGV 영화관 3관을 통째로 대관해 ‘시네마 콘셉트 공연’을 기획했다. 단순히 무대에 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음악과 영상, 무대 연출을 결합한 공연으로 아이들의 경험을 확장하고자 한다. 김 원장은 “공연에 참여한 학생들은 단순히 피아노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경험의 주인공이 된다”고 강조했다.
▲ 대동대학교 다트홀 현피아노 리사이틀 © 현피아노 스튜디오 |
김 원장이 기억하는 특별한 순간이 있다. 홈레슨 시절, 그의 집은 산 꼭대기에 있어 찾아오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런데도 SNS를 보고 학부모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왔다.
“위치가 워낙 불편했는데도 좋은 차를 타고 올라와주시는 학부모님들이 계셨어요. 경비 아저씨가 ‘거기 뭐 하는 집이냐’고 물을 정도였죠. 그렇게 찾아와준 학생들이 지금까지도 제 곁에 있습니다. 벌써 7년째 함께하는 아이들이에요. 그 인연들이 지금의 저를 버티게 한 힘이 되었죠.”
▲ 영도 피아크 크리스마스 버스킹 © 현피아노 스튜디오 |
김 원장은 “좋은 학부모와의 인연, 오래 함께한 제자들”을 현피아노 스튜디오의 가장 큰 자산으로 꼽는다. 그들의 신뢰가 있기에 학원은 지금도 정원 마감에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똑같은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은 특별한 참여의 경험을 쌓아왔습니다. 코로나 시기, KB생명보험이 주관한 전국민 극복 프로젝트에 피아노 영상으로 함께 참여해 1등이라는 영광을 안았고, 2025년에는 삼익악기 광복 80주년 챌린지에서도 다시 한 번 1등을 수상하며 모두가 함께 기뻐하는 순간을 누렸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이들에게 음악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자신감을 심어주는 특별한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 현피아노 스튜디오 내부 전경 © 현피아노 스튜디오 |
김현지 원장은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피아노 교육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악보, MR 제작 등 음악 콘텐츠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 180여 개 학원과 미국에 계신 선생님들까지 저희 플랫폼에 가입해 계세요. 매달 특화된 악보와 음원을 제공하고 있죠. 단순히 레슨만 하는 게 아니라, 전국의 피아노 교육자들과 함께 콘텐츠를 나누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장차 이 콘텐츠 사업을 기반으로 작은 공연 홀을 마련하고 싶다는 꿈을 밝힌다. 누구든 대관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아이들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연주회를 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 어린이날 기념 실내 버스킹 © 현피아노 스튜디오 |
김현지 원장이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저는 피아노를 늘 ‘반려 악기’라고 표현합니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만 배우고 ‘그만 치자’는 인식은 바뀌어야 해요. 피아노는 사춘기 때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돌파구가 되고,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히 나를 위로하는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단지 입시용 도구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하는 음악적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 사진 © 현피아노 스튜디오 |
많은 어른들이 “어릴 때 피아노를 배웠는데 다 잊어버렸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이런 경험이 반복되지 않도록, 학생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계속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교육을 지향한다.
“저는 아이들이 일주일에 몇 번만 연습해도 평생 잊지 않도록 지도합니다. 학부모님들도 그런 제 생각에 공감해 주세요. 저희 학부모님들은 단순히 성과만 바라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음악을 즐기며 성장하는 걸 지켜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죠. 그래서 저는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가르칩니다.”
![]() ▲ 현피아노 스튜디오 외부 전경 © 현피아노 스튜디오 |
현피아노 스튜디오는 이제 단순한 취미 학원을 넘어섰다. 아이들이 예술적 경험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음악을 평생의 친구로 받아들이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김현지 원장은 오늘도 아이들에게 “피아노는 평생의 반려 악기”라는 말을 건넨다.
그의 열정적인 교육 철학과 도전 정신은 단지 학생 개인의 성장을 넘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울림으로 퍼지고 있다. 앞으로도 현피아노 스튜디오가 부산 사직동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음악 이야기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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