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국대학교(총장 원종필)가 총괄기관으로 참여하는 ‘한국인 디지털 분자지도(K-MAP) 구축사업’이 지난 8월 26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킥오프 미팅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알렸다. 이날 회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김미미 팀장, 한국연구재단 차세대바이오단 남진우 단장을 비롯한 자문위원 및 연구진이 참석해 사업 추진 방향과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K-MAP 구축 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차세대바이오 분야 국가전략 연구의 일환이다. 지난 상반기 치열한 선정평가를 거쳐 건국대학교(연구책임자 최영석 교수), 가톨릭대학교(연구책임자 정연준 교수), 연세대학교(연구책임자 양헌무 교수)가 최종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총 6년간 235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인 고유의 정상 장기 데이터를 집적화하는 국내 최초의 연구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될 ‘디지털 분자지도’는 사람의 장기 및 세포를 분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기록한 고해상도 생체 지도다. 여기에는 유전체(DNA), 전사체(RNA), 단백체(단백질 구성), 단일세포 전사체(개별 세포 단위 발현), 공간 전사체(조직 내 세포 위치와 발현 패턴) 등이 포함된다. 이 지도는 세포와 장기 내에서 어떤 유전자와 단백질이 어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입체적으로 규명하여, 질병 연구와 맞춤형 치료, 신약 개발을 위한 핵심 기반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향후 6년 동안 110구 이상의 정상 시신을 확보해 심장, 뇌 등 주요 장기의 유전체, 전사체, 단백체, 단일세포 전사체, 공간 전사체를 체계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 생산된 방대한 데이터는 연구자들이 쉽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웹 기반 포털(K-MAP: Korea-Molecular Atlas Portal)로 구현될 예정이다. 이 포털은 유전자 발현 지도, 조직 특이 유전자 정보, 세포 클러스터 구조 등을 시각적으로 제공하며, 원시 데이터는 국가 바이오데이터 스테이션(K-BDS)과 연계하여 안전하게 공개될 방침이다.
기관별 역할 분담을 보면, 총괄기관인 건국대학교는 임상 정보 수집 표준 항목 마련, 시신 및 조직 확보를 위한 표준운영절차(SOP) 정립, 데이터 품질관리 체계 확립, 그리고 연구용 시신 기증 인식 개선 등 연구 전반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톨릭대학교는 심장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는 뇌를 중심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생산하며, 세 기관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국형 분자 아틀라스를 완성해 나갈 예정이다.
한국연구재단 남진우 단장은 “이번 사업은 한국인 고유의 정상 장기 데이터를 집적화하는 최초의 국가 프로젝트로, 국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공유를 활발하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제 공동연구의 교두보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건국대학교 총괄 책임자인 최영석 교수는 “이번 사업이 정밀 의료와 디지털 바이오데이터 분야에서 한국이 새로운 도약을 이룰 기회”라며, “전 세계 연구자들이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