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왜’는 성장의 신호다: 당황스러운 질문에도 웃으며 답하는 법

호기심은 아이의 언어, 부모의 반응은 모델이다

36개월 질문 폭풍기의 배경: 언어·문화 전환의 충돌

전문가의 시선: 민감한 주제에 대답하는 4가지 원칙

[놀이심리발달신문] 아이의 ‘왜’는 성장의 신호다: 당황스러운 질문에도 웃으며 답하는 법  박혜진 기자 

호기심은 아이의 언어, 부모의 반응은 모델이다

 

“왜 아기는 옷을 안 입고 태어나요?” 36개월 무렵의 질문은 민망함이 아니라 발달의 신호다. 이 시기 아이는 눈앞의 현상을 원인과 결과로 엮는 연습을 시작했고, 언어는 그 연습의 도구가 됐다. 그래서 질문의 핵심은 ‘옷’이나 ‘출생’이 아니다. 아이는 세상의 규칙을 몸으로 탐색하고 언어로 검증한다. 부모가 보이는 첫 반응이 이후의 대화 문화를 거의 결정한다. “쉿, 그런 건 물어보면 안 돼”라고 막으면 아이는 질문을 ‘부끄러운 일’로 학습한다. 반대로 “좋은 질문이네”라고 받아주면, 세상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부모의 표정, 눈맞춤, 잠깐의 침묵까지 모두 메시지다. 아이는 말보다 태도를 더 빨리 배운다. 그러니 어른의 임무는 ‘정답 제공자’가 아니라 안전한 탐색장을 여는 사람이다. 질문을 허락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아이는 스스로 다음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사고의 깊이를 끌어올린다.

 

36개월 질문 폭풍기의 배경: 언어·문화 전환의 충돌

 

외국에서 지낸 36개월 남아가 한국에 돌아오면, 언어 입력과 문화 규범이 한꺼번에 바뀐다. 아이의 뇌는 새 자극을 통합하려고 질문을 ‘폭죽처럼’ 터뜨린다. 이때 “왜?”는 단순한 버릇이 아니라 통합 전략이다. 특히 신체·감각 관련 주제(옷, 몸, 소리, 냄새)는 아이에게 가장 구체적이어서 질문으로 우선 소환된다. 게다가 3세는 ‘역할놀이’가 활발해지는 시기다. 의사·엄마·아기 역할을 번갈아 연기하면서 규칙과 예외를 시험한다. “아기는 왜 병원에 가?” “태어나면 왜 울어?” 같은 질문이 늘어난다. 이런 맥락을 알면 민망함이 줄고, 부모의 설명은 더 담백해진다. 예컨대 “엄마 배 속은 따뜻해서 옷이 필요 없고, 태어나면 공기가 차서 옷을 입는 거야”처럼 감각-원인-결론 순서로 말하면 이해가 빠르다. 해외에서 쓰던 표현을 한국어로 바꾸는 과정도 필요하다. 아이가 영어·현지어로 묻는 단어를 그대로 옮기기보다, “몸 가리개=옷”, “배 속 집=자궁”처럼 생활어로 환원해 주면 혼란이 줄어든다.

 

전문가의 시선: 민감한 주제에 대답하는 4가지 원칙

 

발달심리와 언어교육 관점에서 부모가 기억할 실무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확하되 간단하게. 3세 언어 처리 용량은 짧은 문장을 선호한다. “배 속은 따뜻해서 옷이 필요 없었고, 세상은 공기가 차서 옷을 입는다” 수준이 적당하다. 의학 용어는 피하고, 불필요한 세부는 다음 질문이 나올 때 보충한다.
 

둘째, 가치 판단보다 사실 서술. ‘부끄러운 부분’ ‘보면 안 되는 것’ 같은 표현은 몸에 대한 수치심을 가르칠 수 있다. “사람마다 몸은 소중하고, 몸은 보통 옷으로 가려서 보호한다”처럼 보호와 배려의 언어로 말한다.
 

셋째, 확장 질문으로 사고를 열기. “그럼 강아지 아기는?” “수영장은 왜 수영복을 입을까?”와 같이 평행사례를 던지면 일반화 능력이 자란다.
 

넷째, 문화 규범을 구체 행위로 연결. “집에서는 속옷만, 밖에서는 바지와 티셔츠를 입자”처럼 장소 규칙을 행동 계획으로 바꿔 준다.
이 원칙을 적용하면 같은 질문도 학습 기회가 된다. 예를 들어 목욕 후 알몸으로 뛰는 아이에게 “몸이 자유로워서 기분이 좋구나. 이제 따뜻함을 오래 지키려면 수건→잠옷 순서로 입자”라고 말하면, 금지 대신 이유-절차를 배운다. 또한 부모가 난감할 때 쓸 시간 벌기 스크립트도 준비해 두자. “좋은 질문이네. 그림으로 같이 생각해 보자”라고 말하며 색연필을 가져오면, 아동은 기다림을 ‘놀이’로 받아들인다.

 

현장에서 바로 쓰는 대화 스크립트: 상황별 예시

 

상황 A: ‘왜 아기는 옷 없이 태어나요?’


“아기는 엄마 배 속 물주머니에서 따뜻하게 자라서 옷이 필요 없었어. 태어나면 공기가 차니까 감기 걸리지 않게 옷을 입는 거야. 우리도 추우면 점퍼를 입지? 같은 이유야.”
 

상황 B: 아이가 알몸으로 뛰어다닐 때


“지금 네 몸이 시원해서 기분이 좋구나. 집 안에서는 속옷까지는 괜찮고, 거실에서는 잠옷까지 입자. 밖에 나갈 땐 바지와 티셔츠를 꼭 입는 규칙이 있어.”
 

상황 C: ‘다른 사람 앞에서 옷 갈아입어도 돼?’


“우리 몸은 소중해서 보통 개인 공간에서 갈아입어. 집에서는 방, 밖에서는 화장실이나 탈의실. 친구의 몸도 똑같이 소중해서 허락 없이 만지지 않아.”
 

상황 D: 부모가 모를 때


“엄마(아빠)도 더 잘 알고 싶어. 다음에 그림책이랑 찾아보자. 네가 먼저 생각한 답은 뭐야?” 이 스크립트의 공통점은 금지 대신 이유-규칙-선택지를 주는 것이다. 아이에게 선택권(“잠옷은 파란색, 분홍색 중에 골라볼래?”)을 주면 협력이 높아진다. 또한 부모가 웃는 얼굴로 무릎을 맞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면, 같은 내용이라도 더 빨리 수용된다.

 

질문은 관계를 키우는 성장의 신호다

 

36개월의 “왜”는 지식을 모으는 행위이자, 부모와 연결되는 방식이다. 당혹스러운 질문도 사실+공감+규칙+확장의 순서로 답하면, 아이는 언어·사고·자기조절이 함께 자란다. 부모가 오늘 한 번의 대화 문화를 바꾸면, 아이는 내일 더 큰 질문을 들고 온다. 그 질문이 바로 성장을 밀어 올리는 힘이다. 오늘 저녁, 아이가 던지는 첫 “왜”에 미소로 답해 보자.

 

작성 2025.09.18 22:20 수정 2025.09.18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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