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영주입니다. 사랑하는데 이유를 달지 않듯이 시를 읽는데 이유가 없지요. 바쁜 일상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전승선 시인의 ‘섬’을 낭송하겠습니다.
섬
덜 삭은 결핍은 축제다.
아직도 바다에 이르기까지는 강을 건너고
산허리를 몇 개나 더 돌아야 한다.
천지를 가득 메운 불빛들을 꼬리에 달고
생의 마지막 아수라를 건너 진도 선착장에 닿았다.
바람의 냄새가 바뀌자, 숨쉬기가 편안해졌다.
이 바다를 건너면 나는 이제 저 비밀한
전나무 숲과 속으로 흐르던 강물의 울림과
연관을 잃은 운명을 내려놓고
겨울 폭양 속으로 들어가 말없이 살아갈 것이다.
새벽 여객선에 그와 내가 바다처럼 누워
살아서 굽이치는 별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목이 메는
참혹한 별빛 앞에 두 눈을 감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맑은 어둠을 쓰고 혼자 바다를
다 차지한 섬에 그와 내가 내렸다.
두꺼운 삶의 조각들을 하나 하나
잘라내 새벽 바다로 던졌다.
새벽 고기들이 성찬에 몰려들고
그와 나는 몰아치는 너울을 뒤집어쓰고
갯바위에 앉아 밝아오는 바다의 고요를 바라보았다.
내 생애의 절반은 저 바다처럼
늘 파도로 밀려왔다가 너울로 사라졌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파도와 너울을 넘어
기어이 사랑이라 부르는 결핍들을
새벽 바다에 던져 놓았다.
곧 아침이 몰려오고 나는 살아있는 것들의
비린 내음에 묻힌 저 절박한 섬을 들고
그와 나 사이의 현현한 바다를 건널 것이다.
애벌레의 마지막이 나비의 처음인 것처럼.
이 시를 듣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나요. 우리의 삶은 모두 한 편의 시입니다. 전승선 시인의 ‘섬’을 들으니 결국 결핍이 사랑이고 사랑이 결핍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나영주 기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