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 3일, 우리는 개천절이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쉰다. 그러나 이날을 단순히 “공휴일”로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개천”은 하늘이 열린 날을 뜻한다.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웠다는 건국 신화에서 비롯된 이날은, 단순히 신화의 기록이 아니라 민족이 자신을 정의한 시작점이다.
개천절은 ‘홍익인간(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이라는 건국 이념을 기념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사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협력, 인류 공존,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현대 사회의 화두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개천절은 1909년 대종교가 국조 단군을 기리는 제천 의식을 거행하면서 민족 운동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일제강점기에는 민족적 저항과 자주 독립 의지를 담아 기념되었고, 광복 후에는 국가적 기념일로 법제화되었다.
단순히 신화적 사건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공동의 대답을 담아낸 것이다. 이날은 고조선이라는 최초의 국가를 상징적으로 기리는 동시에, 민족 정체성의 뿌리를 재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도 개천절은 대한민국이 국가로서 공유하는 가치와 정체성을 다시금 되새기는 날로 기능한다.
전문가들은 개천절의 핵심인 ‘홍익인간’을 단순히 고대 사상으로 국한하지 않는다. 교육학자들은 이를 인류애와 공동체적 윤리를 강조한 사상으로 해석하고, 정치학자들은 보편적 가치 추구의 기초로 본다.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는 기술 발전의 혜택을 공유하면서도 동시에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에 직면해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개천절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명제는, 첨단 기술이 인간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쓰여야 함을 시사한다. 사회적으로도 개천절은 민족주의적 색채에 갇힌 기념일이 아니라, 글로벌 공동체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묻는 날로 확장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산업혁명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꾼다. 인공지능, 데이터, 네트워크 사회 속에서 ‘누구를 위해 기술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은 피할 수 없다. 바로 여기에서 홍익인간 정신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기술 발전이 소수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될 때, 사회는 불평등과 갈등으로 치닫는다.
반대로, 기술이 모두의 삶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될 때, 개천절의 정신은 오늘날에도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예컨대, 공공데이터 개방, 디지털 격차 해소, 기후 위기 대응 기술 개발 같은 의제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이념과 직결된다. 개천절은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 사회의 비전을 제시하는 국가적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다.
개천절은 4천 년 전 신화의 흔적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치 선언이다. 인간을 이롭게 하는 삶 이라는 메시지는 개인에게는 윤리적 삶의 지침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공동체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원칙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 정신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가?
개천절은 단순히 역사와 전통을 기념하는 날이 아니라,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되묻는 날이어야 한다. 하늘이 열린 날, 이제는 우리가 어떤 미래를 열 것인지가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