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창작소 공간(대표 겸 연출 박경식)이 10월 16일부터 19일까지 모두예술극장에서 연극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을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죽음을 통해 한 가족이 마주하게 되는 단절과 오해, 그리고 결국 찾아가는 화해의 여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아내의 죽음을 겪은 아버지 경수, 삶의 고단함 속에서 자신을 잃어가는 어머니 희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소통의 벽에 부딪히며 고통받는 농인 딸 유림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각 인물은 상실과 고립 속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존하려 하지만, 결국 서로를 향해 내딛는 작은 소통의 발걸음을 보여준다.
연극은 단순히 농인과 청인 사이의 언어적 장벽을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소통이 단절될 때 발생하는 폭력성과 상처가 인간 관계 전반에서 반복되는 문제임을 드러낸다.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장애를 둘러싼 사회적 시각을 넘어, 인간 본연의 관계와 이해의 본질을 묻게 한다.
이번 공연은 제작 과정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공연창작소 공간은 농인예술감독(DASL) 개념을 확장해 ‘농예술팀장제’를 도입했고, 실제 농인 스태프가 참여해 창작 현장의 접근성을 넓혔다. 이 과정은 농인 영상감독의 아카이빙 작업으로 이어지며, 무대 안팎에서 다층적인 예술 실험으로 완성됐다.
연출을 맡은 박경식은 그간 수어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2022),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대표작 ‘소년 간첩’(2024) 등 전쟁과 장애를 비롯한 동시대적 주제를 무대에 담아왔다. 그는 이번 신작에 대해 “슬픔을 기억하는 과정을 통해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다시 고민하게 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배우진 역시 탄탄하다. 드라마와 연극 무대에서 활약해온 배우 박호산이 아버지 경수를 맡아 외로운 남성의 내면을 세밀하게 표현한다. 배우 이지현은 가족 사이에서 흔들리는 아내 희진을 그리며 깊은 감정을 선보인다. 특히 농인 배우 이소별은 딸 유림을 연기하며 무대 위에서 농인 가족의 삶을 제약 없이 구현한다. 또 다른 자아를 상징하는 인물은 배우 엄태라와 농인 배우 방대한이 함께 연기해 다층적인 의미를 더한다.
연극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서사 이상의 체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통의 실패와 가능성, 그리고 인간 관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무대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여운을 남길 것이다.
연극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은 농인 딸을 중심으로 가족의 단절과 화해를 조명하며, 소통의 본질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제작 과정에서 농인 예술가들의 참여를 확대하고 무대 밖 새로운 시도를 통해 문화 다양성 확산에도 기여할 전망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은 단순한 가족극을 넘어 인간이 타인과 어떻게 관계 맺고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이번 작품은 농인과 청인이 함께 만드는 무대를 통해 예술의 경계를 넓히고, 소통의 의미를 다시 쓰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공연창작소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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