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변화는 우리 삶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 왔다. 봄의 설렘, 여름의 생동감, 가을의 풍요로움, 겨울의 고요함은 단순히 기온의 변화를 넘어 우리 정서와 문화에 깊이 뿌리내려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는 '사계절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일상처럼 듣고 있다. 혹독하게 더운 여름과 유난히 길어지는 겨울,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리는 봄과 가을은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닌 현재의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예전에는 꽃샘추위가 물러가면 어김없이 맑은 햇살 아래 새싹이 돋아나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 단풍이 물드는 시기를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5월에도 한여름처럼 땀이 흐르고, 11월에도 완연한 가을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극심한 가뭄과 예측 불가능한 집중호우, 그리고 역대급 폭염과 한파는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 주는 고유한 아름다움과 그 속에서 누리던 삶의 리듬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
사계절의 소실은 단지 기상 이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식탁은 불안정해지고, 특정 계절에 맞춰 생활해 온 동식물의 생태계는 교란되고 있다. 또한, 계절마다 즐기던 축제나 놀이 문화, 심지어 계절에 어울리는 옷차림과 음식 문화마저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우리가 막연히 '원래 그랬던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섬세한 자연의 균형 속에서 유지되어 왔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근원에는 물론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화라는 거대한 숙제가 자리하고 있다. 산업화 이후 무분별하게 배출된 온실가스가 대기를 뜨겁게 만들고, 그로 인해 전 지구적인 기후 패턴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작은 실천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변화는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에너지 절약, 자원 재활용, 친환경 소비 등 우리의 생활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
사라져 가는 사계절 앞에서 우리는 단순히 과거를 그리워할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물어야 한다.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단지 계절의 순환만이 아니다. 그 속에서 얻던 마음의 평화와 삶의 지혜, 그리고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 자체일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개인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사회 전체의 거대한 변화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상생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우리의 후손들이 푸른 하늘 아래 아름다운 사계절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먼저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초보를 위한 NPL투자 가이드, GPL투자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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