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얀 종이봉투 속에 담긴 따끈한 바게트 한 줄.
프랑스의 아침을 상징하는 이 장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생활의 리듬이자 문화의 정수다.
프랑스 제빵의 핵심에는 언제나 밀가루가 있다.
그중에서도 ‘T65 프랑스 밀가루’는 전통 바게트의 식감과 향, 그리고 풍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재료다.
단백질과 회분 함량의 균형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바게트를 완성한다.
프랑스 빵 문화의 상징, 바게트의 뿌리를 찾아서
프랑스인에게 바게트는 그 어떤 음식보다 특별하다.
길고 단단한 모양의 빵이지만, 그 속에는 프랑스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이 담겨 있다.
19세기 초 파리의 제빵사들이 긴 형태의 빵을 굽기 시작하면서 ‘바게트(Baguette, 막대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후 바게트는 도시의 아침과 저녁을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고, 매일 구워내는 신선한 빵 한 줄은 프랑스 가정의 일상적 의식이 되었다. 2022년, 프랑스 바게트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 등재되었다.
이는 단순한 제빵 기술을 넘어, 프랑스인의 정체성을 지탱하는 문화적 상징으로 인정받은 결과다.
T65 밀가루란 무엇인가 — 프랑스 제빵의 핵심 재료
‘T65’는 프랑스 밀가루 등급 체계에서 회분율 0.62~0.75% 범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회분율이란 밀의 외피 성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T65 밀가루는 일반적인 고급 제빵용 밀가루보다 회분율이 높아, 구웠을 때 더 짙은 색감과 진한 향을 내며, 단백질 함량(평균 10.5~11.5%)이 높아 글루텐 구조가 안정적이다.
또한 T65 밀가루는 저온 제분 공정을 거쳐 밀의 본래 영양과 향을 최대한 보존한다.
이 덕분에 반죽이 발효될 때 향이 깊게 배어들고, 빵이 식은 후에도 풍미가 오래 유지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프랑스의 제빵사들은 “진정한 바게트를 만들려면 반드시 T65를 써야 한다”고 말한다.
식감과 풍미의 과학: 왜 T65가 바게트에 최적일까
바게트의 본질은 단순하다.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그러나 이 네 가지 재료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조합은 과학에 가깝다.
T65 밀가루는 수분 흡수율이 높고, 반죽 안정성이 우수하다.
반죽이 숙성되면서 내부에 미세한 공기층이 형성되고, 이 공기층이 구워질 때 팽창하면서 속은 쫄깃하고, 겉은 얇고 단단한 껍질을 만든다.
또한 T65는 구운 뒤에도 황금빛 크러스트와 고소한 향을 내며, 밀 특유의 단맛이 은은하게 남는다.
이는 단순한 제빵 기술로 대체할 수 없는, 재료 자체의 완성도에서 비롯된다.
프랑스에서는 제빵사가 반죽을 손으로 만질 때 그 질감만으로 T65인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 밀가루는 감각적인 품질 기준의 척도로 자리 잡았다.
바게트를 완성하는 프랑스 제빵사들의 장인정신
T65 밀가루는 단순한 원재료가 아니라, 장인의 철학을 담는 매개체다.
프랑스 제빵사들은 “밀가루가 제빵사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말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반죽의 온도와 수분을 조절하고, 효모의 상태에 따라 발효 시간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작업.
그 모든 과정에서 T65는 제빵사의 손끝에 반응하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살아 있는 빵’을 만들어낸다.
이 장인정신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프랑스 바게트가 단순한 빵이 아닌, 예술의 한 형태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게트의 품격은 밀가루가 결정한다
T65 밀가루는 프랑스 제빵 문화의 핵심이다.그 속에는 단백질의 과학, 발효의 시간, 그리고 장인의 감각이 녹아 있다.
‘진짜 프랑스의 맛’을 찾는다면 그 시작은 언제나 T65에서부터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바게트, 그 완벽한 균형의 비밀은 T65 밀가루 한 줌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