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시에서 마침표란 7

마침표 이후의 시: 종결인가 시작인가

시 쓰기를 끝내는 일은 언제나 시작과 관련 있다. 시의 마지막 행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 시는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독자의 머릿속에서 두 번째 생을 시작한다. 마침표는 시인의 마지막 숨일 수도 있지만, 독자에게는 첫 호흡일 수 있다. 이것이 문학의 마법이자, 해석의 영원한 미완성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마침표라는 작은 점을 둘러싸고 문학사적, 교육적, 철학적, 해체주의적 시선을 탐색했다. 하나의 기호가 이처럼 다양한 층위의 의미와 질문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곧 시 자체의 힘, 혹은 언어가 끝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이유를 증명한다.

 

우리는 김소월의 시에서 생략한 마침표를 발견했고, 윤동주의 교과서판 편집에서 시의 운명을 목격했다. 마침표를 정서적 리듬의 결정판으로 읽었다. 어떤 경우에는 그 부재가 더 많은 말을 했고, 또 어떤 경우에는 하나의 점이 시 전체를 무너뜨리거나 살려 냈다. 문장 부호는 도구이지만, 그 도구를 쥔 손이 누군가에 따라 시의 결말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열린다.

 

가다머는 예술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지평의 융합이라고 했다. 마침표는 시인의 지평이 닫히는 순간이자, 독자의 지평이 열리는 틈이다. 데리다는 오히려 마침표조차 해체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마침표는 더 이상 종결의 기호가 아니라, 시작을 위장한 침묵일 수 있다. 문학은 이 침묵 속에서 말하고, 시는 이 여백 속에서 다시 쓰인다.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야 한다.

시의 끝은 어디인가? 

마침표를 찍었을 때인가, 아니면 독자가 그 시를 다 잊었을 때인가? 

아니면… 그 시가 마침내 자기 삶의 문장에 스며들었을 때인가?

 

시에서 마침표란, 결국 문법이 아니라 시적 정서와 해석의 윤곽선이다. 그 윤곽선은 고정적이지 않다. 시는 계속 읽히고, 계속 쓰이고, 계속 열리기 때문이다. 마침표 이후에도 시는 끝나지 않는다. 시는 언제나, 종결인 척하며 시작하는 문장으로 존재해 왔다.

 

이제, 당신의 문장에 마침표를 찍을 차례이다. 아니면… 찍지 않을 자유를 선택해도 좋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경남정보대학교 겸임교수

저서 : 평론집 10권, 이론서 3권, 연구서 3권, 시집 6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10.29 09:20 수정 2025.10.2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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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