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국 간 외교 분쟁
최근 국가 간 관계가 가까워지고 세계 경제와 국제 정치가 개별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특정 국가 간 분쟁은 단순히 해당 국가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의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세계는 지금 크고 작은 국제분쟁으로 전쟁 혹은 긴장 상태이며 이중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곳은 바로 중동이다.
지금 중동은 민족적으로는 아랍인, 페르시아인, 튀르크인, 종교적으로는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으로 역사적으로 서양 사회로부터 독립적인 그들만의 정치, 경제, 종교적 질서를 갖고 있다. 하지만 20세기 이후, 서양 사회의 중동진출과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 석유의 가치 상승, 새로운 국가의 등장, 국가적인 혁명 등으로 많은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
이런 급속한 변화 후 중동은 국가 간 이익갈등, 민족과 이념, 종파 분쟁, 중동으로 영향력을 넓히고자 하는 서구의 개입 등으로 아직 안정적 국면에 들어서지 못하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 중에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이슈가 바로 현재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은 민족적, 종교적 분쟁의 성격을 띤다. 이슬람 혁명을 통해 아랍권, 이슬람국가의 맹주로 자리 잡은 이란과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유대인의 나라를 세운 이스라엘의 분쟁은 지금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리고, 분쟁 결과가 중동과 유럽, 그리고 아시아에까지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에 그 해결을 위한 방안 모색이 절대 쉽지 않다. 아직 양국 간에 표면적으로 드러난 전쟁은 없었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에서 공식적으로 서로를 강하게 비난하는 태도를 보이며 끊임없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의 핵 시설 문제
현재 이란과 관련한 가장 큰 국제 이슈는 핵 시설 문제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이란을 가리켜 이라크, 북한과 함께 ‘악의 축’이라고 표명한 이유이며, 동시에 이스라엘-이란 분쟁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된다. 최근 이란의 핵 개발을 둘러싸고 국가 간 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란은 평화 유지라는 목적을 내세워 농축 우라늄을 이용한 핵 개발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만들었다.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이란 핵 개발 프로그램 제재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이란은 2,000km급 이상 미사일 수입과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이란이 계속해서 군사적 무기를 구축해 감에 따라 이스라엘로서는 이란을 자국 안보에 가장 크고 현실적으로 위협을 주는 존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더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용납할 수 없고 더 나아가 이란 핵 시설을 표적 공격하겠다는 강경 태도까지 보이면서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양국의 분쟁 원인
첫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커다란 원인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이스라엘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이란이 계속해서 핵무장을 고수하면 중동에서 이란과 경쟁하는 국가들 또한 핵무기를 소지하겠다고 나설 수 있으므로 이는 중동 정세의 불안정으로 직결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둘째는 이란, 이스라엘과 다른 중동 국가와의 관계에서 비롯된다.
현재 이란은 이스라엘과 긴장과 갈등 관계가 있는 팔레스타인뿐 아니라 레바논과 시리아에까지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이 문제는 이란을 적대적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기에 양국의 갈등이 또 한 번 형성된다.
그렇다면, 이스라엘과 이란은 국경도 멀리 떨어져 있고, 과거에 특별한 경제적, 군사적 분쟁도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분쟁이 계속되는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 첫째 원인은 이란의 반미 성향과 이스라엘의 친미 성향이 충돌했기 때문이다.
이는 핵 시설 문제로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할 대로 악화한 이란과 중동의 작은 미국이라 불리는 이스라엘 관계가 냉각화될 수밖에 없었다.
둘째 원인은 이란의 국가 영향력 확대 의지 때문이다.
이란은 시아파와 수니파로 분열된 이슬람 국가를 통합하고 전 세계의 이슬람화를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슬람의 양 종파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울 중동 내 공공의 적이 필요했다. 그 대상으로 지목한 것이 바로 이스라엘이다.
셋째 원인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지중해 동쪽의 요충지 싸움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미국, 유럽 등 서구적 가치를 유입하는 교두보가 된다. 이란은 이슬람의 사상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서구 사상이 이란까지 흘러 들어와 이슬람 사상을 해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이란은 이스라엘을 더욱 경계한다.
이란-이스라엘 분쟁 역사: 협력에서 전면 충돌 위기까지
현재 중동의 안보를 위협하는 가장 큰 뇌관으로 자리 잡은 이란과 이스라엘이지만, 1948년 이스라엘이 유대인 국가를 세웠을 당시만 해도 두 나라는 앙숙이 아닌 협력 관계였다. 당시 이란은 현재의 튀르키예에 이어 두 번째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 무슬림 국가였다. 이스라엘 또한 비(非)아랍계 국가와의 관계를 강화해 아랍권의 적대 속에서 지지 세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른바 ‘주변 전략’을 적극 활용하여 이란을 사실상의 동맹국으로 대우했다.
양국의 우호 관계는 1967년 3차 중동전쟁(6일 전쟁) 당시 정점에 달했다. 이란은 중동 국가들의 공공의 적이었던 이스라엘에 석유를 공급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고, 군사 프로젝트 교류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양국 간에는 별다른 분쟁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1979년, 모든 것이 뒤바뀌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인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을 일으키고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후, '반미(反美)'와 '반(反)이스라엘'을 국가 이념의 핵심으로 정립했다.
당시 이란 혁명 세력에게 미국은 이슬람을 억압하는 '거대한 사탄'이었고, 이스라엘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중동 정책을 실행하는 '작은 사탄'으로 규정되었다. 이슬람권인 중동에 적대적이고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는 미국의 배후에 대한 불만은 곧바로 친미 성향의 이스라엘을 향한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원수의 친구도 원수'이기 때문이다.
혁명 직후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모든 외교 및 무역 관계를 단절했으며,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후 이란은 직접적인 대결 대신 '대리 전쟁(Proxy War)'을 선택했다. 1980년대를 거치며 레바논의 헤즈볼라,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PIJ) 등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무장 단체들을 창설하거나 적극적으로 후원했다. 이른바 '저항의 축'을 구축해 이스라엘의 국경을 끊임없이 위협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2000년대로 들어서며 양국 간 분쟁이 절정으로 치닫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이란의 '핵무장' 시도였다. 이스라엘이 중동 국가 전체를 상대로 힘의 우위를 유지할 수 있던 배경은 바로 중동 유일의 (비공식) 핵무장 국가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란이 핵 개발에 성공해 이스라엘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갖게 되면, 중동에서의 힘의 균형은 완전히 무너진다. 이는 이스라엘의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간주되었다.
이때부터 양국은 수면 아래에서 치열한 '그림자 전쟁(Shadow War)'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저지하기 위해 스턱스넷(Stuxnet)과 같은 정교한 사이버 공격, 이란 핵 과학자들에 대한 연쇄 암살, 시리아 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기지 및 무기 수송로 공습 등을 감행했다. 이란은 이에 맞서 유조선 공격, 이스라엘 관광객 대상 테러 시도, 그리고 대리 세력을 통한 공격으로 응수했다.
이러한 아슬아슬했던 그림자 전쟁의 판도는 2023년 10월 7일, 이란의 지원을 받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며 완전히 깨졌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동안,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며 전선은 확대되었다.
그리고, 2024년 4월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혁명수비대의 최고위급 지휘관을 포함한 다수를 제거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자국 영토(영사관)가 직접 공격당했다고 판단한 이란은 2024년 4월 13일, 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기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직접적인 보복을 감행했다.
이는 1979년 혁명 이후 45년 만에 처음 벌어진 양국 간의 '직접 충돌'이었으며, 중동 전체를 전면전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스라엘 역시 며칠 뒤 이란의 이스파한 공군 기지 등을 정밀 타격하며 재보복에 나섰다. 양측 모두 확전을 피하는 선에서 공격을 주고받았지만, '그림자 전쟁'이라는 암묵적인 선은 완전히 무너졌다.
2025년 현재, 양국 간의 직접적인 충돌은 소강상태에 들어섰지만, 긴장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란은 90%에 육박하는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며 핵무기 개발의 '문턱'까지 다다른 상태이며,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 시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란의 대리 세력들은 여전히 활동 중이며, 사소한 오판 하나가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초긴장의 바람이 중동 전역에 불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이제 중동을 넘어 세계 안보를 좌우하는 가장 위험한 변수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