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하여라 등이여
이 땅의 모든 새끼들을 업어낸 외로움이여
- 이도윤, <등> 부분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가끔 이런 말이 들린다. “엄마가…” “아빠가…” 뒤돌아보면, 아이들은 없고 어른들과 개가 있다.
눈물겹다. ‘자식들은 다 어디 갔는가?’ ‘품 안의 자식’이라고 한다. 부모 품을 떠나 멀리 훨훨 날아간 자식은 자식이 아니다.
나도 가끔 우리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신(神)이었던 시절.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 있었다. 큰아이는 식탁에 맛있는 음식이 놓여 있으면 “저거 누가 먹어?” 소리쳤다. 그러면, 아내가 “현웅이 먹어.” 하면 큰아이는 점잖게 앉아 먹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가! 부모로서 얼마나 뿌듯한가! 작은아이는 항상 쾌활했다. 어느 날, 작은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갔더니 작은 아이가 놀이 시설의 높은 곳에 올라가 우리를 보며 깔깔 웃었다.
가슴이 덜컹했다. 조심조심 작은아이에게 다가가며 천천히 내려오게 했다. 흑백 사진처럼 박혀있는 풍경들.
눈부셨던 순간들이다. 자식이 선물해준 최고의 시간들. 하지만 부모는 자식들을 떠나보내야 한다.
위대하여라 등이여
이 땅의 모든 새끼들을 업어낸 외로움이여
구부러진 부모의 등은 한없이 외롭다. 하지만, 어쩌랴? 이게 부모의 숙명인 것을.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그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자유를 지지하는 것이다’
이제 부모가 아이가 될 차례다. 아이처럼 언제나 신나게 놀 수 있어야 한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