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 인문학] 빛의 속도로 선물 거부하기

선물 주고 받기 좋은 시즌이 다가옵니다. 그런데 굳이 받지 말아야 할 선물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비난, 모욕, 비판, 평가입니다. 이게 왜 선물이냐고요?


붓다의 일화 하나 들려 드릴게요. 손님으로 초대받아 간 집에서 붓다와 제자들이 근거 없는 모함과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평온한 붓다에게 제자들이 물었습니다. “분하지 않으십니까?” 붓다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선물을 줘도 안 받으면 되지 않느냐?” 


정말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절대 쉽지 않습니다.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주어진 상황에 특정 반응을 하는 경험의 패턴에 따라 정신 차려 보면 이미 찰나에 자동적으로 받은 후이기 때문이죠. 붓다처럼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려면 빛의 속도로 선물을 거부해야 하는데, 범인들에겐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입니다.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쓴 리사 팰드먼 배럿 박사는 그런 자동화를 우리(우리의 뇌)가 구성한 거라고 말합니다.


‘아마도 당신은 당신의 환경이 저기 바깥에 존재하며 당신과는 별개의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신화에 불과하다. 당신은 그냥 어떤 환경 속에서 살면서 환경에 적응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죽는 것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의 환경을, 당신의 현실을 구성한다.’


내가 겪는 현실이 불변하고 영속하는 객관적인 세상이 아니라 내가 구성한 사회적 실재라는 걸 이해해도 부정적인 감정을 재구성하는 건 다른 실천적 영역이지요. 철학자 칸트는 누구나 안경이라는 필터를 통해 세계를 경험한다고 했습니다. 안경을 벗으면 경험도 못하게 되므로 안경의 필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이성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지요. 붓다는 칸트가 버리지 못한 안경을 깨고 즉, 모든 인식의 장에서 자유로워지셨지만, 우리는 안경을 쓰고 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이 없을까요? 다행히 같은 고민을 수천 년 전부터 했던 선지식이 방법을 알려 줍니다. 바로 관찰입니다. 선물을 받고서 괴로운 이유는 분노, 불안, 슬픔,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을 나와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관찰을 시작하면 주체와 대상으로 분리되기에 자연스럽게 그 동일시가 깨어지지요. 


이런 저런 모임이 많은 연말입니다. 누군가 원치 않는 선물을 던지면, 그 선물이 평화로운 내 마음의 호수에 풍덩 빠지기 전에 재빨리 알아차리고 당수로 날려 버리길 바랍니다. 간발의 차이로 실패했다면 급하게 건져내려고 짜증이나 화를 내지 말고 그냥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겁니다. 영화를 보듯이 그 선물이 둥둥 떠내려가는 걸 구경하다 보면 선물은 어느새 흔적도 없어 사라져있을 겁니다. 


아무쪼록 몸도 마음도 어지럽지 않고 평온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K People Focus 차경숙 칼럼니스트 (ueber35@naver.com)

함께성장인문학연구원 수석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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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11.25 07:59 수정 2025.11.2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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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