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 혼돈의 2025년, 대한민국을 비추는 5개의 깨진 거울

-2025년 대한민국을 발가벗긴 두 글자의 소름 돋는 역설.

-2025년 1위 사자성어가 예언한 섬뜩한 미래 시나리오.

-벼랑 끝 권력을 향한 지성인들의 마지막 통첩.

▲ AI 이미지 (제공: 중동디스커버리신문)

교수신문이 선정한 2025년 올해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사자성어는 '변동불거'(變動不居)이다. 이는 세상이 쉴 새 없이 변하며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 상황을 상징한다. 계엄령, 대통령 탄핵, 정권 교체 등의 격동적인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하면서 이와 대비되게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성공한 점도 포함된다. 변동불거 외에도 천명미상(天命靡常), 추지약무(趨之若鶩), 구밀복검(口蜜腹劍), 강약약강(强弱弱强) 등 순위권에 든 다른 성어들이 각각 사회 비판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다

 

매년 연말, 우리 시대의 지성들은 한 해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포착하려는 연례적 시도를 한다. 바로 네 글자의 한자 성어로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내는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766명을 대상으로 설문하여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선정했다. 

 

1위: 변동불거(變動不居) - 거센 소용돌이 속의 대한민국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33.94%라는 높은 지지를 받은 '변동불거(變動不居)'이다. 이는 '세상이 잠시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면서 변한다.'라는 뜻이다. 이러한 진단은 '변동불거'를 추천한 양일모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의 해설에서 보면, 2025년 한국 사회의 모습은 극심한 내적 혼란과 경이로운 외적 성취가 공존하는 거대한 모순, 즉, 역설 그 자체였다. 

 

국내 정치의 격동을 보면, 연말 계엄령 선포에서 시작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그리고, 정권 교체에 이르기까지 한국 정치는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 양 교수의 표현처럼 "세상을 농락하던 고위급 인사들이 어느덧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을 드나드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돈의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한편, 국외적 위상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처럼 초라한 국내 정치판과는 대조적으로, 밖으로는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이 솟아올랐다. K팝 그룹 '데몬 헌터스'가 세계인의 감성을 흔들고 APEC 개최를 통해 국제 무대의 중심에 서는 등, "해외에서 갑자기 날아온 K컬처의 위력은 한국 정치의 감점을 만회하고도 남았다"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였다.

 

결국, '변동불거'는 거센 변화의 한복판에서 내적 부끄러움과 외적 자부심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감정을 동시에 겪어야 했던 2025년의 분열된 자화상이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안고 안정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해야 한다는 무거운 시대적 과제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이처럼 예측 불가능한 변화의 물결은 자연스럽게 권력의 본질과 그 향방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2위: 천명미상(天命靡常) - 민심을 등진 권력에 대한 경고

 

26.37%의 지지를 받아 2위에 오른 사자성어는 '천명미상(天命靡常)'이다. 이는 '하늘의 뜻은 일정하지 않다'라는 의미로, 세상의 변화와 민심의 흐름에 순응하지 않는 권력은 결국 그 명(命)을 다하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준엄한 경고를 담고 있다. 

 

'천명미상'은 1위 '변동불거'가 묘사한 정치적 격변의 근본 원인을 '민심'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보충 설명한다. 즉,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동은 단순히 벌어진 사건들의 나열이 아니라, 민심을 거스른 권력을 심판하는 과정이었다는 통찰을 제공한다. 민심을 잃은 권력의 공백은, 이성적 공론장이 아닌 감정적 쏠림 현상으로 채워지기 마련이다. 이는 3위 사자성어가 지적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3위: 추지약무(趨之若鶩) - 감정이 사실을 압도하는 시대

 

3위를 차지한 '추지약무(趨之若鶩)'는 20.76%의 선택을 받았다. 이는 '오리 떼처럼 우르르 몰려다닌다'라는 비유적 표현으로, 현대 사회의 병리적 단면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지식인 사회는 이 사자성어를 통해 '사실 검증보다 감정적 반응이 앞서며 국론이 쉽게 출렁이는'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제기한다. 특정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분석이나 성찰 없이, 감정적인 쏠림 현상에 따라 여론이 급격하게 형성되고 변하는 현상을 지적한 것이다. '추지약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이성을 마비시키고 집단적 감정에 매몰되는지, 그 취약성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적 쏠림과 사회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키는 뿌리 깊은 문제들도 있다.

 

4, 5위 사자성어가 지적하는 사회의 균열

 

4위와 5위에 오른 사자성어들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앓아온 고질적인 문제, 바로 '분열'과 '불평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한다.

 

구밀복검(口蜜腹劍, 10.31%)은 '입에는 꿀을 바르고, 배 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라는 뜻이다. 이는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겉으로는 소통과 화합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극심한 불신과 이념 대립으로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강약약강(强弱弱强, 8.62%)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세태를 의미한다. 이는 사회 내 힘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고, 그로 인해 불평등이 심화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한눈에 비교하기: 다섯 사자성어의 공통점과 차이점

 

지금까지 살펴본 다섯 개의 사자성어는 각기 다른 현상을 지적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래 표는 각 사자성어의 핵심 의미와 진단하는 사회 문제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정리한 것이다. 

이 다섯 사자성어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불안정성', '불확실성', 그리고, 그로 인해 심화되는 '사회적 분열'이다. 이들은 단순한 병렬 관계가 아니라 명확한 인과관계를 형성한다. 즉, '변동불거'가 묘사하는 거대한 정치적 불안정과 ‘천명미상’이 지적하는 리더십의 붕괴는 사회적 구심점의 상실로 이어진다. 이 공백을 '추지약무'의 비이성적 쏠림 현상이 파고들고, 그 결과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구밀복검'의 불신과 '강약약강'의 불평등은 더욱 깊어지는 것이다. 결국 이 사자성어들은 2025년 한국 사회의 위기가 어떻게 발생하고 확산하는지에 대한 지성계의 일관된 진단서라 할 수 있다.

 

참고로, 교수신문이 선정한 역대 한자 성어를 보면, 도량발호(2024, 제멋대로 날뛰는 권력 비판), 견리망의(2023, 이익을 보면 의를 잊음), 공명지조(2019, 한쪽이 죽으면 함께 죽는 새), 임중도원(2018, 임무는 무겁고 길은 멀다), 파사현정(2017, 사악함을 부수고 바른 것을 드러냄) 등이 대표적이다.

 

2025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2025년 올해의 사자성어들은 공통적으로 격동하는 현실 속에서 방향성을 모색해야 하는 한국 사회의 깊은 고민을 담고 있다. 1위로 선정된 '변동불거'를 필두로 한 사자성어들은 단순히 현상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안정과 통합, 그리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성찰하라는 '시대의 경고'와도 같다. 변화는 위기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길을 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올해의 사자성어 선정이 우리 사회가 스스로 냉철하게 돌아보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한 지혜를 모으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작성 2025.12.09 10:37 수정 2025.12.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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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